"내란세력과 그에 동조하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정의를 외면한 자에게는 정의를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장동혁 대표님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런 헌법적 상황과 다수 국민의 정서를 충분히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장 대표님, 다수 국민의 뜻을 쫓아 정도(正道)를 가 주십시오. 보수의 참된 가치를 회복하시고 보수 재건에 앞장서 주십시오.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집토끼'가 달아날까 걱정하십니까? 그런 걱정 전혀 안 하셔도 됩니다. 새로운 보수 지지층이 두텁게 형성되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우리 야당이 헌법 파괴 세력과 단절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강하게 다시 태어날 때, 여당과 정부도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고 헌법 정신을 존중하면서 정도를 갈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새는 좌우 날갯짓을 힘차게 하면서 비상할 것이고, 그런 바탕에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가는 국민 통합의 길은 열립니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16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데 이어(☞관련 기사 : 이석연, 정청래 면전서 "헌법 궤도 벗어난 정치는 폭력"), 이날은 장 대표를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나 이 같은 쓴소리를 건넸다.
이 위원장은 특히 '관용과 자제를 바탕으로 한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쿠데타·내란을 꾀하는 세력은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국민 통합의 방향은 첫째,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 가야 한다, 둘째, 헌법적 가치를 회복하면서 가야 한다(는 것)"라며 "관용과 진실, 자제에 입각한 공동체 정신을 헌법적 가치로 회복하는 과정이 바로 국민통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통합에는 성역이 없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뭉치고 화합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단 하나, 헌정질서 파괴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 같이 가서도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위원장은 "저보고 흔히 보수라고 하지만 저는 사실 보수 진보 어느 쪽에도 가담하고 싶지 않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저는 헌법적 자유주의자"라며 "보수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헌법을 배신했기 때문에 저는 그 헌법정신을 찾아서 제 길을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고 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한편 정치권이 극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물론 여야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있을 수밖에 없고 때로는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확증편향에 의한 국민 편가르기는 국가를 멍들게 하고 국민 정서를 황폐하게 한다"며 "그게 해소되지 않는다면 국민 통합은 요원하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장 대표는 이 위원장의 '돌직구'에 "좋은 말씀 감사하다", "깊이 새기겠다"고 하면서도 일부 반론을 시도했다.
장 대표는 먼저 "저는 작년 12월 3일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 18명 중 하나"라며 "계엄에 대한 저의 입장은 그것으로 충분히 갈음될 수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판단만은 존중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해 왔다"고 했다. 자신은 '내란 동조 세력'이 아니라는 의미다.
장 대표는 이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특정 사건을 위해서 정치권에서 특정한 법관을 임명하는 특별한 재판부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내란전담재판부법)이 과연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냐", "법관과 검사들을 향해서 법왜곡죄를 만들겠다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 것인이냐"고 따지며 "저는 헌법을 파괴하는 것은 물리력으로도 나타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입법에 의해서도 헌법 파괴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오히려 보이는 물리력보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서서히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더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다만 "국민에게 상처를 준 과거가 있다면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께 책임을 느끼고 국민들께 그에 대한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거나 "여러 진영논리도 있지만 국민 전체를 보고 가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부족했던 것을 돌아보고, 이제 국민들께서 가라는 방향으로 저도 여러 고민들을 하겠다"고 한 말이 주목됐다.
장 대표는 12월까지는 보수 결집에 주안점을 두고, 내년부터 중도 확장 전략을 취하겠다고 주변에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진정한 변화, 진정한 사과, 진정한 과거와의 단절은 과거의 잘못된 것을 돌이켜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으로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와 다른 현재, 과거보다 더 발전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과와 절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도록, 너무 극단적인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저를 다시 돌아보겠다"며 "이제 특검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됐고, 야당의 목을 조여오던 특검이나 사법 리스크의 칼날도 어느 정도 걷혀 가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삶 속으로, 민생 속으로 들어가 한 분이라도 더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내면서 국민께 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국민의힘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 위원장께서 방문해 주셨고, 저희에게 큰 보약이 되는 좋은 말씀을 주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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