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이석연 위원장이 11일 더불어민주당을 예방한 자리에서 "헌법의 기본 원리나 정신을 일탈한 정치는 타협의 폭력"이라며 "그런 점에서 지금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건넸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만나 "정치라는 것은 헌법이 마련해 준 궤도를 따라서 운항하는 위성이기 때문에, 헌법이 마련한 궤도를 벗어난 정치는 이미 헌법적 상황이 아니라 비법적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헌법이 마련해준 궤도를 따라서 정치권이 나가면 제가 이런 얘기 드리기 전에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이라며 "제가 더 이상 깊은 얘기, 구체적인 예는 안 들겠지만 국민들한테 그런 모습을 좀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구체적 얘기'는 안 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전담재판부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에 대한 위헌 논란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위헌 소지를 제거하든지 미루라는 얘기를 했다", "법왜곡죄만은 재고해달라고 했다"고 일부 비공개 대화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앞서 지난 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은) 대법원을 상고심으로 하고 전담재판부 법관을 대법원(장)이 임명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서도 "헌법이 명백한데도 하위 법률에 의한 변칙적 방법으로 (헌법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도 "(여당) 사법개혁안 중에 어떤 건 필요하고 어떤 건 헌법적 문제가 제기된다"며 "모든 국정현안과 문제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과 적법 절차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서울> 인터뷰에서는 "3대 특검 수사는 다음달이면 다 끝난다. 거기까지가 한계선"이라며 "그 이상의 내란 청산은 사법부가 판단하게 할 일이다. 그 단계를 지나면 정치보복이라고 의심받게 되고, 정치보복이야말로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도 정 대표에게 "정치가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돌아갈 수 있게끔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재삼 촉구했다.
위헌 소지 의정활동 우려에 더해, 국민통합 차원의 주문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정 대표에게 "정치권·국회가 국민 갈등과 국론 분열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정치) 하는 분들이 좀 국민들의 염원을 깨달아서 통합에 앞장서달라"고 당부헀다.
이 위원장은 "지금 우리 공동체가 공동체적 연대가 굉장히 약화되고 있고 개인 간의 유대도 끊어지려 하고 있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관용과 진실, 자제에 입각한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법제처장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나 이재명 선대위 내에서도 소신 발언을 굽히지 않아 '정부 내 야당',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 위원장의 이 별명을 의식한 듯, 이 위원장 모두발언이 끝나자 "역시 명불허전"이라고 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 위원장이 작심 발언을 마치고 "미안합니다"라고 말을 끝맺자 "아닙니다, 아닙니다"라고 말을 받으면서였다.
정 대표는 "헌법으로 국민통합을 하면 가장 좋은 것 아니겠나"라며 "아픈 이야기, '정치가 국민 불안의 진원지'라는 말씀은 저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국민을 편하게 할 것인가 잘 새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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