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강제 중단' 조치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반감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우 의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강대강 대치' 정국은 더 고착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나경원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10여 분 만에 국회의장이 제멋대로 마이크를 꺼버렸다. 전대미문의 폭거"라며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면서 정회를 선포했고, 토론이 다시 속개된 이후에도 또다시 마이크를 꺼버리는 전횡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국회의장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편파적인 의사 진행이었고 지극히 독단적인 행태였다"며 "과거 필리버스터에서 더불어민주당 계열 의원들의 주제에 맞지 않는 토론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거론했다.
그는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영구 집권을 원한다'는 음모론을 선동했다. 이학영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에 시(詩)를 낭송했고, 최민희 의원은 소설책(조지 오웰의 <1984>)을 낭독했다. 강기정 현 광주시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했다. 박영선 전 장관은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어달라'는 눈물의 선거 유세를 했다"고 사례를 나열했다.
이어 "지난해 박선원 의원이 우 의장 앞에서 의제에서 벗어나 국민의힘 의원들을 심하게 모욕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도 의장은 제지하는 시늉만 했지 마이크는 끄지 않았다"며 "토론 종결 선포 전까지 회의를 계속하도록 되어 있는 무제한 토론을 자의적으로, 독단적으로 중단시킨 우 의장의 국회법 위반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우 의장은 전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필리버스터에 나선 나 의원의 발언 내용을 문제 삼으며 몇 차례 마이크를 껐고, 중간에 한 차례 정회를 선포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禹의장, '의제 외 발언' 이유로 野 필리버스터 제지…마이크 차단 이어 정회 선포)
이 사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계파를 떠나 한목소리로 우 의장을 비판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의원의 어제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의 최소한의 저항이었고, 우 의장의 행동은 그 저항권마저 뭉개는 상황"이라고 했다.
역시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도 BBS 라디오에 나와 "우 의장이 정말 선 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안 되는 행동을 했다"며 "졸렬하다"고 맹비난했다. 양향자 최고위원도 YTN 라디오에서 "의회의 이런 광경을 보면서 '정치가 완전히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등 쟁점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비쟁점 법안까지 필리버스터를 강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당내 부담감이 없지 않다. 전날 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경우에도 국민의힘은 법안 자체에는 찬성 입장을 갖고 있으나,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는 의원총회 결정에 따라 토론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당장 오는 11일, 1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인데 이때 상정되는 모든 안건들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는 게 국민의힘의 기조다.
정성국 의원은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하면 국민이 어떻게 볼지, 어제 이런 걱정과 우려는 했다"며 "(다만) 민주당이 8대 악법을 올려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전에 우리가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다 동원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과 법원행정처 폐지 △4심제(재판소원) 도입 △공수처 수사 범위 확대 △혐오·차별 표현의 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제한 관련 법안들의 통과를 각각 막겠다며 '8대 악법 저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국회 본관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의원들이 번갈아 가며 이곳을 지키는 '릴레이 천막 농성'도 이날부터 시작했다. 앞서 오전 농성장을 찾은 장동혁 대표는 "8대 악법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이 법을 끝까지 막아낼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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