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옹호 등 강경 기조를 고집하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해 당내 '노선 변경'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지지율 20% 초반대 답보 상태인 국민의힘에서는 장 대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전선을 넓히기 어렵다는 관측이 줄지어 나온다.
국민의힘 박정하(재선) 의원은 9일 MBC 라디오에서 "장 대표가 대표로 (당선)돼서 했던 이야기 중 기억나는 것이 '하루에 1도씩 변하겠다'는 건데, 하루에 1도씩 거꾸로 더 갔던 거 같다. 굉장히 아쉽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비상계엄 사과 요구를 무시하는 등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장 대표의 행보를 짚은 것이다.
박 의원은 장 대표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당 소속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데 대해 "이를 통해 변화의 모멘텀이 있으면 좋겠다"며 "그냥 '시간 벌기'는 아니었으면 한다. 어느 정도 의견 수렴이 되면 (장 대표에게서)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의원들이 연말, 연초 사이에 변화된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걸로 아는데, 지도부는 2월 설 연휴 전 언저리를 얘기하는 것 같다"며 "지도부는 늘 늦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도층' 유권자를 언급하며 "우리가 소구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더 넓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당의 모습을 '금이 간 찻잔'에 빗댄 박 의원은 "찻잔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재생해서 쓰기 어려워진다. 아주 쪼개지기 전에는 전향적인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정훈(초선) 의원도 SBS 라디오에 나와 "답답하다. 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안 가려고 하니까"라며 지도부를 향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3선의 윤한홍 의원이 장 대표와 함께 참석한 당내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지도부에 쓴소리한 것을 두고 "'친윤(친윤석열)' 핵심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고, 그만큼 장동혁 지도부가 고립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이러다 우리 선거 지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들이 있기 때문에 윤 의원도 총대를 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1년이 된 지난 3일,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은 장 대표를 향해 "국민 다수는 지도부와 국민의힘이 진솔하게 사과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장동혁 지도부는 강성우파 지도층에 얽매여있다고 볼 것"이라며 "당내에도 그런 시각이 있는데 다수 국민은 어떻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내에 노선 정리를 해야 한다"며 "지금 당이 국민으로부터 고립당하지 않게 당 대표가 열심히 국민을 설득하고, 우리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최다선 의원인 주호영(6선) 국회부의장도 작심 발언에 나섰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 지역구가 있는 주 의원은 전날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들과 가진 정책토론회에서 장 대표를 향해 "자기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며 "지금처럼 '윤 어게인'의 냄새가 나는 그런 방법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주 부의장은 "장 대표가 '12월 3일까지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 영장 문제가 있으니까 우리가 탄핵을, 계엄을 사과하면 그것에 불리하다'고 해서 좀 지켜봐 달라고 했고, 그 이후에는 민심에 따른 조치가 있을 걸로 기대했다"며 "최근 (장 대표의) 발언 등을 보면 그렇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 부의장은 앞으로 의원총회 등을 통해 의원들의 목소리가 드러날 확률이 높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 연말까지는 당의 진로를 새로 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 탄핵됐다", "탄핵 사유는 충분했다"며 절연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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