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당 안팎의 '위헌 소지' 논란 끝에 "전문가들의 자문 등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해서 다음 의원총회에서 다시 내용을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헌 논란으로 인한 '역풍' 우려가 여당 내부에서도 분출하면서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오후 국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의총 내 논의 상황으로 "많은 의원들이 찬성과 반대 의견을 주셨다. 결론을 오늘 의총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진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거시적인 '연내 처리' 방향에 대해선 "바뀐 건 없다"면서도 신중론·속도조절론을 반영한 것.
김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서 나온 '반대' 의견의 취지로는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선 다 이견은 없었다"며 "다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위헌성 논란에 대해 '상대방에 굳이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 '충분히 다 검토해서 그런 소지를 없앤 상태에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어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킨) 법사위에서 그런 (논란이 있는) 논조를 많이 없앴기 때문에, 게다가 오늘 헌법재판소법 개정까지 하게 되면 재판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런 모든 것을 종합해서 전문가 의견을 좀 더 취합하고 의원들의 논의도 좀 더 숙성시킨 다음에 결정하자는 걸로 결정이 났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을 중심으로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엔 △항소심이 아닌 1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게 하고 △검찰 상위기관인 법무부장관에게도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위헌 논란이 일었다. 특히 해당 법안 통과 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엔 내란재판 자체가 헌재 판단 전까지 중지될 가능성이 있어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여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내란·외환죄와 관련한 형사 재판의 경우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더라도 재판을 중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일종의 '패키지 법안'으로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 측에선 이에 대해서도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고, 사법부에서도 지난 3일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위헌소지를 지적한 바 있다. (☞ 관련기사 : 대법원, 與 내란전담재판부법·헌재법에 "위헌성 있다") 이어 지난 5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선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또한 이 개정안을 두고 "해석상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김 원내대변인은 해당 헌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판 중지와 관련해선 현재에도 법원에서 긴급성이 필요하다고 했을 땐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있더라도 재판은 게속하고 있다"라며 "그 내용에 대해선 이견은 없었다. 아마 그대로 진행은 될 것 같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법안은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계획이다.
다만 김 원내대변인은 "법사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절차는 그대로 갈 것"이라면서도 "(법사위를) 통과했다고 해서 어차피 본회의를 통과하는 건 아니"라며 "우리가 의총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헌재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역시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됐다. 또 다른 사법개혁안인 법왜곡죄 도입과 관련해서도 "법왜곡죄도 포함해서 더 숙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총에선 총 20명가량의 의원들이 내란재판부법 현재 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법을) 악용할 수 있는 '꼼수'의 문이 열려 있다면 고민해 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며 △외부 로펌 자문 △법원행정처 주관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등 외부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비판 취지 의원들의 의견에 직접 반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두고 범여권·진보진영 내에서도 위헌 소지 가능성 지적이 나오자 이날 의총을 통해 추가적인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전반적인 사법개혁 방침에 동감을 표해오던 조국혁신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날까지도 비판 의견이 분출했다.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가는 것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에서도 우려를 좀 갖고 있다"며 "그걸 떠나서 이 부분에 대해서 민주당이 어떤 당원과 지지자들한테 상황 설명을 제대로 좀 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 "과정 관리가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위헌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소위 윤석열 변호인 측 또는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 측에서는 무조건 이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하고 그 경우에는 최소 재판이 2~3개월은 중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지지자들이) 해야 된다면 하는 거다. 그런데 그런 게 없이 (지도부는) 잘될 거다, 무조건 다 잘될 거다,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 "진행 과정이 좀 답답하다"고 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란재판부법 내 '법무부장관 추천 권한'을 두고 "법무부 장관은 다 알다시피 재판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상대편에 있는 검찰을 지휘하는 소관 부처"라며 "이 법무부 장관이 후보 추천을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헌 논란이 있다", "위헌 논란 때문에 재판부에서 그것(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재판이 정지된다고 하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 원내대표는 특히 "이 법이 통과돼서 적용이 되면 윤석열 변호인단 쪽에서는 위헌 심판 재청을 신청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법원이 이거를 받아서 재청을 하는 순간 바로 재판 자체가 정지가 된다"며 "(재판이 정지되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그 상태로 계속 피의자를 구속 상태로 놔둘 명분이 없다, 이렇게 판단을 해서 보석 신청 등을 하게 되면 그것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내란청산을 명분으로 한 내란전담재판부법이 오히려 '윤석열 석방'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 원내대표는 이어 "더 심각한 것은 만약에 헌재에서 이것을 실제로 위헌 심판을 해서 이 특별법이 위헌이다, 이렇게 결정이라도 하게 되면 그동안 진행됐던 내란 재판 전체가 무효가 되는 그런 상황"이라며 "사실상은 윤석열 집단 자체를 그냥 이렇게 풀어주고 명분을 만들어주는 그런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법사위 소속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 구성 논란과 관련해 "외부에서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위헌 요소가 있다 이렇게 보는 것은 저는 너무 과도한 해석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도 "(현재의 내란재판부법은) 위헌 논란이 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수정이 필요하다 이런 의견"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헌법 101조에 따르면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이렇게 되어 있다"며 "내란재판에 대한 대법원장의 인사권, 그리고 각급 법원의 재판부 구성에 관한 권한을 외부에서 새롭게 내란재판에 대해서 추천위를 구성하는 것은 한 번도 있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위헌 논란이 있을 수가 있다 이런 우려"라고 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논의는 내란 재판을 진행하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서 요청된 만큼 필요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여러 논란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법이 진행될 경우 도리어 재판이 지연되거나 추가 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내란죄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판단을 위해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위헌일 수는 없다"면서도 "후보 추천위 구성을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해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 "구속기간을 달리하는 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주당의 내란재판부법 '연내 처리' 계획을 두고 "(국회는) 정밀한 보완 과정을 거쳐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전담재판부 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법원 또한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해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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