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단속에 25살 딸 잃은 아버지의 오체투지 "3시간을 공포에 떨며 숨죽이던…"

뚜안 죽음 진상규명, 강제단속 중단 촉구…이주민·정주민도 함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이 또 한 번 차가운 거리 위에 섰다. 30일 부반숭 씨(48)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세종로 출장소에서 정부서울종합청사까지 약 1.2킬로미터 거리를 오체투지를 하며 행진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다 숨진 딸 뚜안 씨(가명·25)의 죽음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진상규명, 그 원인인 강제단속 중단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였다.

오체투지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반숭 씨의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목탁소리에 맞춰 다섯 걸음에 한 번 온몸을 도로에 뻗고 다시 일어서 합장하는 동작을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반복할 뿐이었다. 그 꼿꼿함이 부반숭 씨가 품은 결심의 정도와 간절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날 오체투지는 고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가 주최했다. 부반숭 씨 곁에서 네 명의 스님과 두 명의 이주활동가, 그리고 열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오체투지를 함께했다.

그 뒤에서 강제단속으로 사망한 다른 이주노동자의 영정을 들고 걸은 50여 명의 시민 사이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애초 일요일인 이날 행진을 하기로 한 것도 평일에 쉬기 힘든 이주노동자들의 함께하려는 마음에 따른 것이었다.

원래 부반숭 씨는 이날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 앞에서 딸의 영정을 들고 걸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뚜안 씨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러 모인 사람들을 보고 마음을 바꿔 하얀 민복을 입었다.

행진 대열 맨 앞에서 뚜안 씨 영정을 대신 들고 걸은 베트남 국적의 윤다혜 대구성서공단지회 이주사업부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부반숭 씨가 "저희 가족을 위해 이렇게 여러분이 챙겨주고 싸워주시는데 아무것도 못해 미안하다. 이거라도 함께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뚜안 씨 영정 바로 앞에서는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강제단속 중단하고 미등록이주노동자 체류권을 보장하라"고 적힌 검은 현수막을 들고 걸었다. 윤 부장은 부반숭 씨가 평소 "다른 가정은 이런 비극을 겪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아버지도 법무부가 하자는 대로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체투지 뒤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부반숭 씨는 "마음이 단단해진 것 같다"며 "오늘 이런 모습을 보고 한국 정부가 바뀌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어 "하나라도 변화가 생겨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30일 '이주노동자 오체투지 행진' 기자회견에서 뚜안 씨 아버지 부반숭 씨(가운데)가 딸의 영정을 들고 서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 30일 '이주노동자 오체투지 행진' 대열이 서울 광화문 인근을 지나고 있다. 맨 앞 오른쪽이 뚜안 씨 아버지 부반숭 씨. ⓒ프레시안(최용락)

뚜안 씨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 개최를 명분으로 정부가 시행한 지난달 28일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피하다 숨졌다. 2019년 유학생 비자(D-4)로 입국한 그는 대학 졸업한 뒤 구직 비자(D-10)로 한국에 체류 중이었고, 해당 비자의 직업 제한으로는 전공을 살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자동차부품업체에 취업해 있었다.

사망 직전 뚜안 씨는 단속을 피해 3층 높이 에어컨 실외기 보관소에 세 시간 가량 숨어 있었다. 그러면서 친구에게 '나는 숨어 있어. 무서워. 지금 8명이 잡혔다고 해. 조금 전 내가 있는 곳으로 출입국이 왔어. 너무 무서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게'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날 오체투지에 앞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3시간을 공포에 떨며 숨죽이고 있던 뚜안이 왜 3층에서 추락을 했던 것인지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의 '적법절차를 준수해 단속을 시행했다'는 해명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의 진술과 상충된다. 미란다 원칙 고지는 없었고, 체류자격과 상관 없이 이주노동자로 보이면 무작위로 수갑을 채워 단속버스로 연행했다"고 반박했다.

참가자들은 "불법인 사람은 없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죽음으로 내몰면서 지켜야 하는 사회 안전과 질서는 없다"며 "대학재정 위기에 머릿수를 채울 유학생, 기계처럼 돌려도 되는 노동자, 저출생 대안으로 불러온 산모가 아니라 사람이 왔다. 그 사람들의 존재가 불법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폭력적인 강제단속을 즉각 중단하고, 뚜안 씨 죽음의 진상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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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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