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국힘 위원장 거부한 김동연이 李대통령 '사람 중심·공정' 거스른다?

[기자수첩] 경기도-의회간 파열음에 김병주, 김동연 겨냥 "국정 기조 거스르는 행동"…책임 누구에게 있나

"경기도지사의 소통 없는 행정은 민주당이 소중히 지켜온 지방자치의 가치,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 중심, 공정한 나라', 이 같은 국정 기조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동입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간 파열음을 두고 경기도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경기도지사는 지금 당장 도의회와 제대로 소통하고, 협치하는 행정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김 최고위원의 말처럼 현재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다만 이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 그리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천천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희롱 발언 양우식 위원장, 윤리특위 회부됐으나 논의도 못해

시작은 양우식(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의 '성희롱' 발언이었다. 양우식 위원장은 지난 5월 9일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남성 사무처 직원에게 "남자랑 가? 여자랑 가? 쓰○○이나 스○○ 하는 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 테고…"라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

이는 뒤늦게 익명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피해 직원은 양 위원장을 고소했다. 경찰은 4개월간 조사 끝에 이를 성희롱으로 판단, 모욕 혐의로 수원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8일 검찰은 마찬가지로 모욕 혐의로 양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고 6개월 동안 경기도의회는 사실상 '양우식 감싸기'로만 일관했다는 점이다. 사건 직후인 지난 5월 23일 경기도의회 행동강령운영 자문위원회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양우식 위원장이 "성희롱을 금지한 행동강령 제15조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양 의원이 회부됐다. 윤리특위에 사건이 회부되면 3개월 내에 이를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관련 안건을 심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 6일 경기도의회 윤리특위에서 양 위원장 성희롱 건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12명(민주당, 국민의힘 각 6명) 중 5명만 윤리특위에 참석, 개회 정족수 7명을 채우지 못해 열리지도 못했다.

더구나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를 넘어, 검찰 기소가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피해자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뿐만아니라 운영위원장직은 물론 의원직도 부적절하다며 사퇴를 촉구하는 경기도청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 언론 등을 향해 법적 대응 운운했다.

양우식 위원장 보이콧 하며 감사 출석 거부한 경기도지사 보좌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지난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의 경기도지사 비서실, 경기지사·경제부지사 보좌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현재(27일)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보좌진 등이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 조혜진 비서실장과 안정곤 정책수석 등 보좌진 6명은 사과조차도 하지 않는 양 위원장에게 '도덕적 원칙'을 이유로 감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들이 갑자기 양 위원장을 반대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그간 경기도 측은 물밑 접촉을 통해 도의회 운영위원회에 사회자(양우식 위원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도의회였다.

비서실장 등은 불참 이유를 밝힌 입장문에서 "행정사무감사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양 의원의 행정사무감사 주재나 참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는데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경기도의회도 김동연 지사의 사과와 조혜진 비서실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25일부터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이 삭발과 딘식농성에 들어갔다.

비서실장 등 정무 라인을 파면하라는 요구와 함께 "이재명표 예산으로 전략한 불량 예산을 바로잡으라"는 요구사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이 역시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국민의힘 측에서 말하는 '불량 예산'이라 함은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대재정' 기조로 삼으면서 늘어난 정부사업에 도 예산안을 맞추며 3000억 원가량 편성된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 자체 복지사업 예산의 삭감이 이뤄졌다. 즉 전체 복지 예산이 줄었다기보다 전체 복지예산에서 경기도 자체 복지사업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경기도는 예산안 심의 전부터 이 문제를 사전에 알렸고 추가경정예산안과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통해 공백을 채우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국민의힘 측은 이를 문제 삼아 '이재명표 예산으로 전략한 불량 예산'이라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국민의힘과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다.

▲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이 삭발과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감사 참여하는게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 '소통'인가

김병주 최고위원이 어떻게 말하든 여론은 경기도로 상당히 기울어진 상황이다. 그간 누적된 시간과 사건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극한 대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양우식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9일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본부가, 21일에는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양우식 위원장의 자진사퇴 및 피해자 사죄를 촉구했다.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여성네트워크,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33개 경기 시민단체들도 양우식 위원장의 역할 중단을 촉구하며 경기도 공직자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재명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 소통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경기도가 소통없는 행정을 한다고 질타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도청지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을 두고 "문제의 근원은 기소된 운영위원장을 그대로 두고 행감을 감행하려 한 의회의 선택"이라며 "외부 요인으로 돌리거나 정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책임 회피이며, 본질을 흐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도의회 불출석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조혜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 한 번의 사과도 없이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공직자와 노조, 시민사회를 향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2차·3차 가해를 하는 사람이 운영위원회를 진행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6일 경기도서관에서 열린 '2025 여성폭력 추방주간 기념식'에서 "통계에 따르면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폭력의 양태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며 "단순한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스토킹도 있고, 교제폭력도 있고, 그루밍도 있을 수 있고, 가스라이팅도 있을 수 있고, 젠더를 가리지 않고 특히 나쁜 것은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권력의 특수관계나 특수 권력관계를 이용해서 보다 영향력 있는 사람이 그러지 못한 사람에게 하는 그와 같은 폭력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첫 번째로 근절해야 할 폭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상황과 사건 과정을 살펴보면 김동연 지사와 조혜진 비서실장의 말 중에서 틀린 것은 없는 듯 보인다. 원칙을 이야기했고 현재 원칙대로 행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문제를 풀기 위해 김병주 최고위원이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게 이재명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 '소통'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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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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