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봉쇄'가 일본의 존립위기? 대만은 왜 중국의 ‘발작 버튼’일까

[이웃 나라 타이완] 대만의 지정학(地政學)적인 중요성

일본과 중국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불구경, 싸움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던가? 카페에서 옆자리 연인끼리 다투기만 해도 다른 일 보는 척하면서 온 신경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중국과 일본의 싸움, 우리는 바다 건너 불구경이나 즐기면 그만일까? 다툼의 양상은 이미 언론에 상세히 보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대만이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을 살펴보자.

먼저 사건의 발단이 된 다카이치 총리의 말을 살펴보자. 지난 11월 7일, 그는 일본 국회 답변에서 "중국이 대만을 해상 봉쇄할 경우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라는 후보 시절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같은 말이지만 자민당 총재 후보의 발언과 현직 총리의 발언은 그 무게가 확연히 다르다. 일본, 미국,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지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해협 봉쇄는 중국 국내 문제다. 그런데 그게 왜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가 될까? 일본이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하든 말든 그게 왜 또 이렇게 큰 문제가 될까? 중국은 왜 그 발언을 용납하지 못할까?

대만해협 문제를 자국의 존립위기 사태로 받아들인다는 건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 패권국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인접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일본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 WSJ)의 칼럼 '왜 중국은 일본과의 싸움을 선택하고 있나(Why China is picking a fight with Japan)'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일본이 대만을 공격하면 일본에 막대한 위협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무역이 중단돼 일본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과 에너지 수입이 차단되며, 대만에 체류 중인 수만 명의 일본인이 위험에 처한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다카이치 일본 총리의 발언을 옹호하는 주장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 시대가 아닌가? 이런 논리라면 전 세계 웬만한 분쟁에도 우리 문제라고 나설 수 있다. 대만해협이 아니라 페르시아만이나 말라카 해협 분쟁도 자국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인이 많이 사는 하와이나 페루의 분쟁에도 개입해야 한다. 대만만큼 가까운 한반도 분쟁에도 당연히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 대만 문제를 자국의 존립위기로 받아들이겠다는 주장은 '지역 문제를 우리 문제로 인식하는' 지역 패권국의 꿈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존립위기 사태'는 그저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는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2015년 아베 정권은 안보법제를 제·개정했다. 그때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법적으로 규정한 용어가 바로 '존립위기 사태'다. 바꿔말하면 '존립위기 사태'는 '일본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태'를 의미하는 법적인 표현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해석하면 중국이 대만과 군사적으로 대립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이 된다. 그동안 다른 현직 총리들이 대만 관련 발언을 자제했던 이유다.

중국과 수교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 – 미국, 일본, 한국 등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대만 병합을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지지하지만, 그 '실현'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하나의 중국을 변함없이 지지하지만,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이다. 원칙은 지지할 뿐 중국의 대만 병합에는 명확하게 반대한다. 중국은 '원칙'에만 만족하고, '실현'엔 욕심내지 말라는 뜻이다. 외교적인 말장난처럼 보인다. 초강대국이니까 할 수 있는 '배짱 외교'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대만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는 표현만은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이 나섰다.

중국에게 대만은 소위 '발작 버튼'이다. 단지 체면 때문이 아니다. 그들 표현에 따르면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 이익'이다.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군은 경제, 과학기술, 군사력,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중국이 넘어야 할 장벽은 소위 도련선(島連線, Island Chain)을 넘는 것이다. 지금 중국의 해상 영향력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갇혀 있다. 도련선 너머 대양으로 해군력을 내보낸다는 건 세계적인 군사적 영향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러시아, 소련 등 소위 '대륙 세력'이 한 번도 이루지 못한 꿈이고, 영국과 미국 등 '해양 세력'이 모든 것을 걸고 막아온 일이다.

▲ 소위 도련선(島連線, Island Chain)을 표시한 동아시아 지도. 냉전 초기 중국, 소련 등 공산진영의 대양 진출을 막기 위한 선으로 미국방부에서 고안한 개념이다. ⓒ나무위키

동북아 지도를 살펴보자. 중국에서 대양에 나가는 동쪽 길은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일본으로 막혀있다. 남쪽도 필리핀과 동남아의 섬들로 첩첩산중이다. 바다 위의 만리장성 같다. 그 장성(長城). 일차 도련선(First Island Chain)의 한 가운데 대만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 대만, 필리핀은 모두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나라들이다. 중국이 열심히 항공모함을 만들고 도련서 너머로 군사훈련을 해보기도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패권국에 걸맞는 대양해군을 운용할 수 없다. 여기서 대만이 중국 땅이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대만은 중국을 가두는 족쇄에서 중국이 대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로 단번에 바뀐다.

도련선을 돌파해 대양으로 나가고 싶은 중국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대만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대만 소유권을 주장할 근거가 충분하다. 중국계 인구가 절대다수이고, 역사적으로 청나라의 일부였으며, 중화민국 정부가 1949년 대만으로 넘어가 존속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세계 대다수 국가가 원칙뿐이긴 하지만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있다. '과연 대만이 중국의 일부인가'라는 주제는 이후에 다루겠지만 중국과는 전혀 다른 입장도 존재하고 역시 설득력이 있다. 여하간 초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에게 대만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대만의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민족 감정도 절대 타협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이 작심하고 중국의 '발작 버튼'을 눌렀다. 온라인 게임 중 중국 게이머에게 도발할 때 다른 나라 게이머들이 쓰는 표현이 'Taiwan Number One(대만 최고)'이다. 대한민국 초등학생도 아는 중국인들의 '발작 버튼'을 일본 총리가 모를 리 없다. 일본이 중국을 도발한 이유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가 되어 초강대국 미국 아래서 지역 패권국이 되고자 한다. 패전 이래 80년 동안 변함없는 목표다. 그 목표가 옳은지 또 가능한지를 떠나서 일관된 목표를 추구하는 일본의 외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과 일본이 꾸고 있는 서로 다른 꿈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양국의 국내 정치를 봐도 물러설 이유가 없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가 중국 때려서 잃을 게 없다. 한국이나 북한을 때려서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이번 사태로 그의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 시진핑 주석의 인기도 일본을 때릴수록 올라간다. 양국의 정치 상황이 연료를 공급하고 있으니, 이 싸움이 쉽게 끝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그 싸움의 중심에 대만이 있다.

내가 대만으로 이주할 때부터 중국의 군사적 위협 때문에 위험하지 않겠냐는 걱정을 들었다. '2027년 대만 침공설'처럼 위험한 루머도 떠돈다. 정작 대만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마치 휴전선 60km 아래 수도 서울을 둔 한국 사람들이 큰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대만을 두고 긴장이 높아지는 이유가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라면, 대만에서 당장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는 이유 역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그 중요성 때문에 미국은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 중국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과 대만이 마주하는 양안(兩岸) 사이에는 무수한 말 폭탄이 오갈 뿐 군사적 충돌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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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글쓰는 일을 하며 대전, 무주, 광양, 제주 등 전국을 떠돌았다. 제주도에서 바람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2016년 첫 타이완 여행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2024년부터 타이완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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