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소외론'의 세번째 덫에 걸린 전북…또 광주·전남에 집중되는 성장동력

인공태양 연구시설도 나주行…전북도민 '깊은 한숨'

이재명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전북3중 소외론'을 직접 언급했고 균형발전의 중요 문제로 자리해왔다.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올 5월 익산역 유세에서는 "전북이 지방이라 소외되고, 호남이라 소외되고, 호남 중에서도 전북이라 소외된다"며 "국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제 바꿔야 한다"고 직설화법으로 '3중 소외론'의 해소를 강조했다.

앞서 2022년 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3중 소외 겪는 전북을 균형발전 전략의 시발점으로 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신원식 전북자치도 미래첨단산업국장이 24일 핵융합발전 연구시설 조성사업지로 전남 나주시가 선정된 것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며 이의신청 입장을 밝혔다. ⓒ전북자치도

'전북3중 소외론'은 낙후 전북이 겪고 있는 여러 겹의 소외감이나 불이익을 상징하는 담론이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전북은 수도권 집중정책으로 낙후를 거듭하고(1겹) 영호남에서 차별받고(2겹) 호남 안에서도 광주·전남과 경쟁에서 뒤쳐지는(3겹)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첫 번째 소외의 덫은 정보화가 급진전한 1990년대 중반부터 수도권에 고부가의 첨단산업이 쏠리며 전북의 후진을 가속화했다.

두 번째는 2010년 이후 상당수 대형 국책사업이 영남쪽에 유리하게 배치되며 또 다시 낙후의 뒤안길을 걸어야 했다.

최근에는 세 번째 소외의 굴레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AI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이 광주·전남으로 대거 쏠리면서 '호남 내 전북 소외'가 현실로 차갑게 내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애향본부(총재 윤석정)는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국책사업 쏠림 현상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AI와 에너지, 첨단연구시설 등이 호남 내 전남에 집중되는 뚜렷한 흐름을 보인다는 비판이다.

광양·순천에 '미래첨단소재 국가산단'을 설립하는 것을 포함해 영광군에 'e-모빌리티 클러스터' 조성, AI기반 스마트농업, ICT + 로봇 산업 생태계 강화 등에 이어 24일에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인공태양 연구시설마저 나주를 선택하는 등 전남에 최첨단 고부가 국책사업 집중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애향본부는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전북 유세에서 '3중 소외론'을 언급하며 도민들의 마음을 달랬다"며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6개월이 채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굵직한 국책사업이 전남에 집중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애향본부는 "이를테면 국가 AI 컴퓨팅센터,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등이 줄줄이 전북을 피해갔다"며 "전북은 서남권(전남)에 종속된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남 내 전북 소외를 뜻하는 '세 번째 굴레'에 휘말려 광주·전남이 대형 국책사업이나 국가 추진 현안을 무한대로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정부 사업을 놓고 전북과 광주·전남이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 과정에서 전북이 뒤쳐지는 상황을 맞는다"며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는 '공모' 관행이 낙후 지역의 기회를 차단하는 족쇠 역할을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성과 객관성 차원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개 모집한다지만 '비빌 언덕'이 없는 전북은 번번이 탈락하는 등 '공모'가 악순환이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주로 경제성을 중시하는 각종 거대 사업의 '공모'는 수도권이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고 각종 기반이 취약한 전북은 손가락만 빨아야 할 판"이라며 "이런 공모라면 국정 최대과제인 '균형발전'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모'의 결과를 둘러싼 이의신청 사례도 전북도민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전북자치도가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 핵심기술개발 및 첨단인프라 구축사업' 결과에 공식 이의를 제기한 것이 최근의 대표적 사례이다.

전북도는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 공모에서 전남 나주가 선정되자 "부당한 결정'이라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책사업마다 '공모'를 통해 기초단체간 경쟁을 촉발하기보다는 균형발전 효과가 큰 사업부터 낙후지역에 과감히 배치하는 정책적 결단이 요청된다"며 "단순히 약간의 재정을 더 얹어주기보다 굵직한 국책사업을 전북에 배치하면 '3중 소외' 해소 효과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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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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