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노조법 시행령 개정 중단해야

[기고] 하청노동자의 원청업체 상대 '교섭창구 단일화' 요구는 위법·위헌

내년 3월 시행될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관련, 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업체(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한 교섭에 대해 교섭단위 분리와 통합 결정 기준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방식을 '노조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개정 노조법 제2조 사용자 정의를 보면, 기존 정의 규정에서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라는 후문이 추가되었다. 개정 노조법에서 직접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은, 하청 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결정권을 가진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에 대해 단체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의 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거나, 혹은 '원청업체의 노동조합과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해서 직무가 유사한 하청 노동조합들끼리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서 원청 사용자와 교섭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장은 어렵게 쟁취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에 대한 단체교섭권의 행사를 또 다시 해석론이나 시행령으로 '통상의 경우보다 더욱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첫째,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에 대한 단체교섭권 행사와 관련해 개정 노조법은 별도의 위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 당시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에 대한 교섭 요건과 절차를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규정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는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혔고, 당정은 위임 규정을 두려던 시도를 철회했다.

따라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통상의 교섭 절차만을 거치면 되는 것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에 대한 교섭에서 통상의 교섭 절차 외에 교섭권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별도의 교섭 요건과 절차를 시행령에 두려고 한다면, 이는 법률의 위임 없는 임의적인 시행령으로 위헌·위법하다.

우리 헌법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이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으나(제75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제37조 제2항 전단)고 규정해 기본권 제한의 법률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노동부가 노조법의 위임이 없음에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교섭권 행사를 더 협소하게 제한하기 위해 교섭의 기준이나 절차를 시행령으로 추진하고 있다면, 이는 행정부가 행정명령인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입법을 하는 것과 같아서 국회에 속하는 입법권을 침해하고 기본권 제한의 법률유보 원칙에 반해 위헌이다. 정부가 당장 '노조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중단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 노조법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와 관련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고 규정하고 있다. 즉, 노조법상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할 경우 그 노동조합들 사이에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도록 설계한 제도이다.

예를 들면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A, B, C라는 세 개의 업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A업체 노동자들이 홍길동 사장(사용자)을 상대로 교섭을 하려고 할 때 A업체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그들 사이에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여 홍길동 사장에게 교섭을 요구하라는 것이지 B, C업체에 존재하는 노동조합들과 교섭대표노조를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원·하청 계약에 의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존재하고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하청 노동자는 자신이 속한 하청업체 내에서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자신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교섭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다. 원청업체의 노동조합이나 다른 하청업체의 노동조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자신이 속한 하청업체 내에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면 될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노조법상 노동조합 제도는 '자신에게 속한 조합원을 대표하도록' 설계된 것이지 일정한 단위에 속하는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다고 해서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이외의 추가적인 요건이나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개정 노조법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위해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이외의 별도의 절차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노조법의 위임이 없음에도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 행사를 더욱 제한할 목적으로 추가적인 절차를 시행령에 두는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위헌적이다. 노동부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2010년 복수노조 허용 입법 당시 함께 도입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교섭대표노조 이외의 노동조합에 대한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손을 보아야 하는 것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원청 사용자에 대한 교섭권 행사 기준과 절차를 더욱 협소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단체교섭권을 자주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위헌성을 어떻게 걷어낼 것인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다.

아울러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는 제도가 기업별 노동조합 운영을 조장하는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폐기하는 방안을 포함해, 산업별 교섭을 활성화하고 단체협약의 효력 범위를 산업별 혹은 업종별 단위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사업 또는 사업장 밖에 존재하는 초기업별 노동조합을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재하청노동자 김충현 씨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지난 7월 7일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사와 경영책임자를 고발하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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