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개최된다. <프레시안>은 이 기간 동안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하인리히 뵐재단 동아시아지부와의 공동기획으로, 기후위기에 맞선 아시아-남아메리카 청년기후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하루에 한 편씩 싣는다. 한국기후활동가 다섯 명의 글과 COP30 참가자 대학생의 취재기 다섯 편을 차례로 게재한다.
2025년 11월 13일 COP30 블루존에서 에콰도르 환경운동가이자 아추아족의 지도자이자 영화감독인 로미로 플로리안 버르가스 카넬로스(Ramiro Froilan Vargas Canelos)를 만났다.
화려한 깃털이 달린 왕관, 걸을 때마다 맑고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장신구, 얼굴의 문신까지 그는 영락없는 선주민(원주민)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옷차림에 눈길이 갔고, 그와 이야기하고 그의 메시지를 듣는 순간, 그의 이야기를 한국에 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구 반대편 에콰도르 선주민 지도자가 보내는 메시지를 들어보자.
에콰도르는 남아메리카 서북부에 위치한 국가로 태평양과 접해있으며 아마존 열대우림과 안데스산맥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와 자원과 문명이 교차하는 나라다. 에콰도르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3배, 인구는 약 1800만 명으로 한국의 3분의 1 정도다. 선주민은 전 국민의 약 7.68%를 차지하지만 선주민 단체는 실제로 선주민 비율이 더 높다고 주장한다.
로미로는 세 번째로 큰 선주민 부족 아추아(Achuar)족 출신이다. 아추아족 인구는 현재 약 1만 명이며, 페루 국경과 맞닿아 있는 파스타사(Pastaza)에 거주한다. 이 지역은 아마존의 관문이라고 불리며 비가 많이 오고 덥고 습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관광업에 의존하고 있다.
로미로가 느끼는 가장 큰 기후변화의 위협은 바로 강과 호수의 소멸이다. 이는 정말 많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 종이 살고 있는 강과 호수는 선주민들에게 식량과 식수를 제공한다. 선주민에게 강과 호수는 식량의 원천 그 이상이다. 로미로는 수위 변화로 인한 이동 제한을 가장 우려한다. 아추아족은 모터보트를 타고 강을 통해 이동한다. 하지만 수위가 낮아지거나 호수가 마르면서 모터보트를 통한 이동이 제한된다.
선주민들은 기후변화로부터 보호받고 있나?
에콰도르는 2008년 세계 최초 생태 헌법을 채택했다. 생태 헌법이란, 자연을 '인간의 보호와 관리를 받는 대상'이 아닌 '스스로 회복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식해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헌법이다. 그런데 과연 선주민과 자연의 권리는 에콰도르 헌법에 근거해 지켜지고 있을까?
현재 에콰도르 정부는 3기째 생태헌법 조항을 축소하거나 폐지를 시도하는 중이다. 10년 넘는 기간 동안 에콰도르 정부는 생태 헌법 폐지를 주장해 왔고, 이에 맞서 선주민들은 연대해 싸웠다. 로미로는 헌법을 통해 선주민과 자연이 보호 받기는커녕, 수많은 위협과 정부 압력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2025년 11월 16일 토요일, 에콰도르에서 이 헌법을 폐지할지 말지에 대한 대국민 투표가 열린다. 로미로는 선주민을 대표해 생태헌법 유지를 주장하기 위해 COP30 회의에 참석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아마존 지역 선주민 단체(CONFENIAE), 안데스 지역 선주민 단체(EWARUNARI), 해안 지역 선주민 단체(CONAICE)가 연대하여 전국 선주민 단체(CONAIE)를 조직해 정부의 행보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로미로는 30년이 넘게 카파위(Kapawi)라는 단체에서 선주민의 삶의 터전과 그들의 삶의 방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카파위는 아추아족의 터전과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있으며, 에코투어리즘(생태관광) 사업도 한다.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수의 관광객만 받고 있다. 에코투어리즘 사업은 아추아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 중 하나이다. 로미로는 이 글을 읽는 한국 독자들에게 막대한 관광객이나 수입을 원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에코투어리즘에 참여해 준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으며 아추아족이 계속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편 다큐멘터리 <I am the Nature>
로미로는 아추아족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다큐멘터리 <I am the Nature>를 만들었다. 5분 내외의 짧은 그의 영상 속 메시지는 에콰도르 생태 헌법과 선주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그는 영상 속에서 "우리는 항상 외국의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자신이 있는 곳, 자신이 태어난 곳을 지키고 사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로미로가 아추아족의 리더로써 걱정하는 것은 공동체의 소멸이다. 아추아 선주민 중에도 어린아이과 청년들이 있다. 아추아족뿐만 아니라 많은 선주민 청년이 고등학교 과정을 끝내고 학업을 이어 나가기 위해 도시로 떠난다. 선주민 청년들은 선주민의 언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다. 머리를 기르는 선주민의 전통을 버리고 짧은 머리를 한다. 로미로가 걱정하는 것은 공동체와 공동체 전통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각 선주민 공동체 안에 학교를 건설하는 것이다.
모든 선주민 공동체 안에는 초등학교가 있지만, 일부 공동체에만 고등학교가 있다. 로미로는 선주민 자녀들이 자신의 지역 안에 머물며 공부하고 자신이 속한 선주민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지역의 전통 가치가 사라지지 않고 청년들이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로미로는 기후위기를 직면한 선주민 공동체의 수장으로서 다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 같은 인간으로서 연대하는 것, 두 번째 자신의 땅을 지키는 것. 즉,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연대하는 것. 이것이 로미로의 메시지이다.
선주민 사이에서 전통문화를 버리고 도시의 주류 문화를 더 추구하고 갈망하는 태도가 존재한다. 이는 선주민과의 협의를 기반으로 한 국토의 균형 있고 지속가능한 발전이 결여된 결과다. 특히 교육시설의 부재로 인한 인재 유출과 세대 단절이 근본적인 문제이며 기성세대는 진지하게 자신의 고향, 출신, 연고지가 인구 소멸로 인해 사라지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이는 선주민 사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로미로의 단편 영화 <I am the Nature>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지구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에콰도르 생태 헌법의 미래가 결정되는 대국민 투표가 있는 날이다. 생태헌법은 선주민의 땅을 지키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생태헌법은 선주민의 권리와 선주민과의 협의를 바탕으로 한 개발을 의미한다. 그들은 자신의 터전을 그들의 뜻과 전통 가치에 따라 주체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얻기 위해 오랜 싸움을 하고 있다. 다음 날인 11월 17일, 전 세계가 그들의 선택을 알게 된다. 아추아족과 에콰도르 선주민 부족들의 단체 CONAIE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참고자료>
Kapawi 에코투어리즘 웹사이트 : Ecuador Ecolodge & Amazon Rainforest Tours | Kapawi
Ramigo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umpiwashikiat4amazonia?igsh=MWJlczN3dmpzNXhhcw==
Kapawi 공식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kapawi_uchiri?igsh=c3R2dDh1N3p0d3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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