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 별 것 아냐. 마실 거 가져와라"

송미령, 법정서 계엄 선포까지 상황 증언…2분 만에 논의 없이 계엄 일방 강행했다·"국민께 송구"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별 것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0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가 개최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의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로 들어와 "(계엄)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마실 것 좀 갖고 와라"고 했다고도 송 전 장관은 부연했다.

윤 전 대통령은 그 후 그 자리에 있던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송 장관은 "(본래대로라면) 본인이 가셔야 하는 일정, 행사, 이런 것들을 총리님께 대신 가달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난다"고 했다.

또 이런 요청이 "'일회성'이라는 말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관해서도 송 장관은 일부 설명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저녁 9시 17분경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아 대통령실로 향했다. 이 길에서 송 장관은 "오시고 계시죠? 좀 빨리 오시라"고 한 전 총리가 전화로 여러차례 말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당시 정확한 상황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접견실에 도착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계엄"이라고 답했다.

관련해 이날 법정에서는 당시의 대접견실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서 윤 전 대통령은 오영주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도착한 지 약 2분여 후 대접견실을 빠져나갔다. 오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국무위원이다.

오 전 장관이 도착하자 강 전 실장이 전달한 계엄 선포문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줬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함께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대접견실을 나갔다. 오 전 장관 도착 후 2분여의 시간 만에 계엄 절차가 순식간에 이행된 셈이다. 그 사이 계엄 주무장관인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의 배경이나 취지를 설명하거나,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을 만류하는 등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송 장관은 당시 상황을 울먹이며 설명하면서 "이런 상황이 생긴 데 대해 국민께 너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또 "(오 전 장관 도착 후) 2~3분 동안 대통령이 오셔서 회의는 아니고 통보에 가깝게 말씀하시고 나가신 후 계엄이 선포됐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당시 국무위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계엄을) 찬성할 상황이 아니어서 저는 다 같이 반대하리라 생각했다"며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생활 이렇게 끝내실 겁니까"라고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최 전 부총리 항의에 한 전 총리는 "나도 반대해요"라고 답했다고 송 장관은 설명했다.

송 장관은 당시 상황을 두고 "저희가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무력하고 무능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결과적으로 (그 자리에 온 대부분 국무위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절차를 위해) 동원됐다고 생각된다.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앉아 있다가 (그냥)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