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 이토록 깊이 사랑받으면서, 이토록 학대 받는 요리?

[최재천의 책갈피] <웍과 칼>, <중국요리의 세계사>

"유럽의 음식이나 식사법은 이른바 근대에서의 세계의 서구화라는 정치, 경제, 군사적 배경에 기대어 진출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경우는 국가권력 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현지의 민중으로부터 맛있고 실질적인 식사라는 평가를 받아서 중국요리점이 전 세계에서 영업하게 되었다. 이는 중국의 음식 전통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말해준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인 이시게 나오미치의 평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임오군란 이후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정책이 조선에서 중국요리의 보급으로 이어졌기 때문.

"박쥐, 뱀, 원숭이, 곰 발바닥, 제비집, 상어 지느러미, 오리 혀, 닭발을 먹는 나라에서 만든 세계에서 가장 의심스러운 요리."

비교적 최근인 2002년 <데일리메일>이 중국요리를 평가한 기사다. 그렇다면 중국요리는 누구나 제일 좋아하는 동네 음식일까, 아니면 해충과 야생동물로 만든 끔찍한 잡탕일까 "서구 세계는 자주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이토록 깊이 사랑받으면서 동시에 이토록 학대받는 요리는 아마 또 없을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

한 책은 퓨샤 던롭의 <웍과 칼>. 2025년 10월 출간됐다. 저자는 1994년 쓰촨대학으로 유학을 갔다가 이내 수업을 팽개치고 중국요리에 빠져 중국요리 전문 요리사이자 푸드라이터가 됐다.

다른 책은 이와마 가즈히로의 <중국요리의 세계사>. 2023년 10월 출간됐다. 저자는 게이오기주쿠 대학 문학부에서 주로 동아시아 식문화 교류사를 연구하는 학자다. 저자들의 배경이 다르다 보니 두 권 각기 비교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장점을 갖는다.

몇 년 전 거의 20여 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부임한 일본 외교관이 한국 음식 중에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고 했다.

"한국 중식당에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마지막엔 짜장면, 짬뽕, 기스면, 볶음밥 이 중에서 고르십시오."

듣고 나서 한참을 웃을 수밖에. 중국요리는 철저히 현지화되고 현지화된다.

이와마 가즈히로에 따르면, 한국에서 변형된 중국요리는 잡채(17세기 당시의 잡채는 당면이나 쇠고기를 넣지 않고 즙을 끼얹었다), 짜장면과 짬뽕(1970년대 이후에야 짬뽕은 빨개지고 매워졌으며 짜장면은 더욱 검고 달아졌고 볶음밥에 검은 짜장소스를 얹거나 빨간 짬뽕 국물을 곁들이게 된다), 탕수육, 호떡 등이 있다. 퓨샤 던롭은 중국 요리사이다 보니 요리의 기법과 재료, 맛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분류했다. 그러고보면 우린 짜장면에 대한 책 말고는 이런 책이 드문 것 같기도 하다.

▲<웍과 칼> 퓨샤 던롭 글. 윤영수·박경환 번역 ⓒ글항아리
▲<중국요리의 세계사> 이와마 가즈히로·이정희 글, 최연희·정이찬 번역 ⓒ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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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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