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인력 부족 속에서도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들의 일상은 정책과 제도 통계로는 드러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시리즈 '유보통합, 돌봄을 넘어 교육의 권리로'는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직접 기록한 글이다. 학급 운영의 어려움, 시간과 노동의 구조적 한계 등 구체적 경험을 통해 영유아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드러낸다. 이 기록들을 통해 교사와 아동의 권리를 함께 살피며, 유보통합 과정에서 현장의 경험이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근 영유아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보도되며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진실 공방이 오가고,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현실 속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고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교사의 의무는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교육과 사례 연구, CCTV를 통한 자기 장학, 자기 음성 녹음 장학, 아동권리 자가 리스트 작성 등...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교사의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의무입니다. 이 당연한 의무에 이의를 제기할 교사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영유아 보육 현장에는 그 의무를 수행하는 교사의 권리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습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이들의 권리는 누가 지켜주고 있을까요?
개인 사정은 '나 몰라라', 열악한 근무 환경
"저는 열이 나서 몸이 자꾸 쳐지는데도 대체해주실 교사가 없어서 근무했던 경험이 많아요."
"교사이기도 하지만 나도 엄마인데, 아기가 아프다고 연락이 왔는데도 가질 못해서 남편한테 전화해서 싸운 적도 있어요."
"해외여행을 가려고 연차를 달아서 쓰면 눈치가 보여요. 연차 사용은 법률상으로만 존재하고 대체 교사가 없는 현장에서 보육교사는 연차를 제대로 쓸 수가 없어요."
보육교사의 권리가 침해되는 첫 번째 지점은 근무 환경입니다. 현재는 연차 사용이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등 돌발적인 개인 사정으로 인한 연차나 반차 사용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대체교사 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체 인력 부족으로 인해 1~2개월 전 사전 신청이 필수적이거나, 연차가 높은순, 결혼 등의 특별한 상황이 우선 지원되는 실정입니다.
특히 민간 어린이집이나 사립 유치원의 경우, 교사 수 부족으로 인해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하루 9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직장 어린이집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각 원(園)의 사정에 따라 교사의 기본적인 근무 조건이 달라지는 것 자체가 제도적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갑(甲)'이 된 학부모 민원, 전문가의 자질까지 의심받는 현실
"우리 아이를 때린 그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해서 사과하게 해주세요."
"우리 아이가 싫어하는 반찬도 꼭 좀 먹여주세요. 편식을 선생님이 고쳐주세요.라고 학부모님들은 요구하는데, 억지로 먹이면 아동학대잖아요? 본인도 하기 힘든 걸 왜 자꾸 교사가 해주길 바라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가 학습을 싫어하니 원에서는 교재나 글씨 쓰기를 시켜달라며 가정에서는 놀이만 하겠다는 학부님도 계셨습니다. 기관과 가정이 연계되지 않는 학습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어요"
두 번째는 학부모로 인한 어려움입니다. 최근 모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보육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개인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곳도 많지만, 키즈노트를 통한 장문의 민원이나 늦은 밤 전화, SNS 질문 등 교사의 퇴근 후 시간조차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에게 교사는 무 때나 전화를 해도 되는 <아우리 아이 맞춤 돌봄 제공자>일 뿐입니다.
심지어 보육 전문가로서의 교사 자질을 의심하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일어납니다. "우리 아이는 이렇게 해달라", "그럴 때는 이렇게 하세요" 등 자신이 원하는 교육 방향을 지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국공립 유치원조차 학부모의 교육청 민원으로 인해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이니, 사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사정은 더 열악하지요.
서로의 고충을 이해할 때, 교육의 품격이 높아진다.
"원장님이 로비에서 큰 소리로 질책하시는데 유아들이 다 쳐다봐서 정말 민망했어요."
"저의 잘못은 직접적으로 불러서 이야기해주시면 좋은데, 다른 교사에게 험담하듯이 이야기하고 들려와 속상했어요."
"원장님 댁이 원과 멀었는데,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어요. 근데, 교사실에 cctv를 갑자기 달아서 깜짝 놀랬어요. 사실인지 모르지만 휴대폰으로 cctv를 보고있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돋았어요."
"매년 김장을 토요일에 담그는데, 모든 교사가 출근해서 무상으로 김장을 했어요... 결혼식이 있어 못 간다고 했는데, 김장 날인 거 모르냐고 소리를 지르며 질책하셔서 2월까지 근무하고 이직했어요."
이런 이야기들은 이제는 다소 낯설게 들리지만, 불과 5~6년 전만 해도 보육교사나 유치원 교사들 사이에서 흔히 들리던 이야기였습니다. 교사의 인권과 근무 환경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던 시기, 교직 현장은 종종 ‘희생’과 ‘감내’가 당연시되는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원장들도 결코, 편안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즉시 보상을 요구하는 학부모, 사소한 오해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는 현실, 단 한 건의 악성 민원으로 원의 존폐가 흔들리는 일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장 또한 끊임없는 민원과 행정 압박 속에서 교사 못지않은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결국 교사와 원장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같은 고충을 겪고 있습니다. 교사는 교육과 보육의 최전선에서 감정노동을 감당하고, 원장은 행정과 민원의 최전선에서 불안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누구의 고통이 더 크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태도’보다, 제도와 문화가 모두를 보호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 것입니다.
교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아니,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 왜 그 일을 계속하는 거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왜 이렇게 불공정하고 힘든 일을 아직도 하고 있을까?’그 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보람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람이 크더라도,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그 마음은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교직 사회에는 여전히 교사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구조가 남아 있습니다. 교육부는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민원 대응 강화를 위해 각 학교에 <민원 대응팀>을 두고 있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그 실효성에 고개를 젓습니다. 그 대응팀조차 교사들이 역할을 나누어 하고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가 없이 여전히 이름만으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교사 개인이 민원 앞에서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교육활동 보호”는 여전히 선언에 그칠 뿐일 것입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연일 보도되던 시절, 사회는 ‘교사 처우와 근무 환경의 열악함이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임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연장반 교사제 등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듯, 이제는 현실의 영유아 교사 권익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기둥이 될 아이들의 첫 선생님"으로서 교사는 단순한 돌봄 제공자가 아니며, "교사들이 있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표현이 정치적 공치사가 아니라 실제적인 정책지원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관과 교사가 함께 존중받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의 균형 있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기관 형태에 따라(공립, 사립, 공공형 민간 등) 교사와 원장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천차만별입니다. 이러한 격차 속에서 원장들은 원의 존폐를 걱정하며 예민해지고, 교사들은 처우의 불평등 속에서 좌절감을 느낍니다. 같은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이들이라면 최소한의 평등한 지원과 제도적 보호를 받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것이 단지 “이상적인 바람”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아이의 첫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입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교사에게서 존중의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으로 이어지듯, 영유아 교사의 행복은 아이의 올바른 성장과 가치관 형성에 필수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권리가 중요하듯, 그 아이를 매일 맞이하는 ‘첫 선생님’의 권리 또한 존중받아야 합니다. 우리 교사가 정년이 되도록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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