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6일 5.18민주묘지 참배가 광주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민주묘지 진입로부터 오월단체 등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맞닥뜨린 장 대표는 인파를 뚫고 참배를 강행하려 했으나, 격앙된 현장 분위기에 결국 발길을 돌렸다.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장 대표가 계엄과 내란 사태에 대한 사과를 뒷받침하지 않은 채 광주를 방문한 목적이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시도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부터 자신의 취임 뒤 첫 광주 방문을 예고해 왔다.
장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현장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광주·전남 시민사회 단체는 5.18민주묘지 들머리에 있는 '민주의 문' 앞에서 장 대표의 방문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력이 집중 배치됐다.
시민들은 '국민통합 정치쇼 오월영령 통곡한다', '오월영령 능욕하는 내란공범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 '5.18정신 훼손하는 장동혁은 물러가라' 등 피켓을 들고 "극우선동 내란옹호 장동혁은 물러가라"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일부 시민은 바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장 대표가 묘역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길목을 지켰다.
이후 오후 1시 40분경, 검은색 정장 차림의 장 대표가 양향자 최고위원,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 박준태 비서실장 등과 고속버스에서 내려 모습을 드러냈을 때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들은 장 대표 쪽으로 몰려가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장 대표는 경찰의 근접 경호 속에 무표정으로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내란 사과하십쇼"라는 시민들의 외침에도 민주의 문을 지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일부 시민은 당직자와 경찰의 제지에 밀려났고, 장 대표를 옹호하는 시민들과 그의 방문을 항의하는 시민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간 띠'를 형성한 경찰에도 '장동혁은 물러가라' 피켓을 든 시민들은 끝까지 장 대표를 따라붙었다. "국힘당은 해산하라"는 구호도 장 대표를 쫓아다녔다. 장 대표 측이 준비한 근조화환은 현장에서 반으로 쪼개졌다.
분위기가 점점 더 격앙되자, 결국 장 대표는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5.18 민주묘지 제단 앞에서 장 대표가 묵념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국민의힘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금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장 대표는 당 지도부와 함께 추모탑 앞에서 묵념으로 예를 갖춰 참배를 마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은 "현장 안전 상황 등을 고려해 헌화 및 분향은 생략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의 5.18민주묘지 참배 무산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모습과 판박이다. 지난 2019년 5월 18일, 황 대표는 5.18 기념식 참석을 위해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 분향 및 참배를 시도했으나 시민들이 막아서면서 불발됐다. 당시 황 대표는 자당에서 발생한 '5.18 왜곡 망언' 당사자들을 징계하지 않는 등 논란을 매듭짓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시민들은 황 대표의 광주 방문에 진정성을 지적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과 완전히 단절하지 못한 장 대표의 광주 방문 역시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지난 5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 했으나 시민들의 반대에 막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였던 지난 2021년 11월과 2022년 2월, 5.18민주묘지를 찾았지만 '전두환 옹호 발언' 등에 뿔난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참배가 무산됐다.
한편 장 대표는 앞으로도 매달 호남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이날 광주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내란 우두머리를 옹호한 행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광주 시민의 요구'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계엄과 탄핵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언론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제 입장을 밝혔다"며 일축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그동안 5.18에 대해 여러 차례 진정성 있는 사과도 했고, (당) 강령에도 5.18 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도 저희의 진정성이 아직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진정성을 갖고 저희의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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