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교수, 다카이치 정권 출범... 한일관계 새 국면 맞나

26년 만에 공명당 이탈... 자민당 위기 속 탄생한 첫 여성 총리 해법 무엇?

일본 정가에 격변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면서 한일관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국제 정가는 이구동성으로 혼란 속에 탄생한 다카이치 정권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현철 교수가 3일 한일평화포럼 정기 토론회 '다카이치 정권 출범 현장 보고' 발제를 하고 있다.ⓒ프레시안

국회의원, 전 주일 대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한일평화포럼은 26년 만에 공명당이 극한 분열로 자민당을 이탈하고 위기 속에 탄생한 일본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의 총리 선출을 지켜본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김현철 교수는 "이시바 총리 사임 이후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평화포럼 정기 토론회 '다카이치 정권 출범 현장 보고'에서 "아소파가 전면적으로 다카이치를 지원한 반면, 스가·기시다·이시바 그룹은 고이즈미를 밀면서 양측이 전면전 양상을 보였다"며 다카이치가 총재에는 선출됐지만, 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연찮게도 이 아소파는 신주류이고 스가·기시다·이시바 그룹은 구주류이기 때문에 마치 2012년 이후 대두된 신주류와 1955년 이후 구주류와의 한 판 승부를 벌이는 듯한 모습은 아직 설익은 다카이치의 정치력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세력 다툼 속에서 공명당은 야스쿠니 참배, 배외주의, 정치 부패 문제로 26년 만에 연립정부를 이탈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김 교수는 "공명당의 이탈과 함께 야당의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일본 유신회가 선거 협력 과정에서 자민당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역시 엄청난 극적인 변화였다"며 일본의 정치 지형에 변화가 예고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자민당 70년 체제를 불정(不正), 무능(無能), 부패(腐敗) 등 세 가지 악덕이 갖춰진 시대라고 규정한 '시라이 사토시(白井聡)' 교수의 최근 저서 '장기 부패 체제(長期腐敗体制)'를 거론하며, "공명당의 이탈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공명당 이탈로 위기감을 느낀 다카이치 진영은 결국 전격적으로 구주류에 손을 내밀었다.

김 교수는 제104대 일본 내각 총리에 오른 다카이치는 "하야시, 고이즈미, 고바야시 등 총재 선거 경쟁자들에게 주요 각료직을 양보하면서 내각을 구성했다"며 "당초 구상했던 여성 장관 대거 기용 계획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야당의 움직임이다. 김 교수는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일본유신회가 선거 협력을 논의하던 중 유신회가 자민당으로 돌아선데 이어, 국민민주당이 이에 가세하고 참정당과도 접촉하면서 야당이 사실상 공중분해됐다"면서 "유신회는 연립정권 참여 대신 '내각 외 협력'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장관직 없이 총리 관저에 연락보좌관 한 명만 파견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김 교수는 "결국, 자민당의 위기의식과 야당의 분열 이 가져다준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율은 1989년 도이 다카코 사회당 당수 때의 '마돈나 선풍'을 연상케 한다"도 평가했다. 일본 최초 여성 총리라는 상징성에 언론이 집중하면서 새로운 일본을 기대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도이다카고가 사회당의 당수가 되고 이후, 중의원 의장에 오른 건 이를 뒷받침한다.

김 교수는 하지만 다카이치 정권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건은 '신(新) 아베노믹스'와 고물가 대책의 성패다.

김 교수는 "다카이치 취임 후 주가는 상승하고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기업과 자산가들에게는 호재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아베노믹스의 후유증이 그대로 재현되는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자민당 내부에서는 70~8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활용해 내년 봄 조기 중의원 해산을 통해 여소야대 구도를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당은 이에 맞서 자민당 분열을 유도하며 정계 재편을 노리고 있다.

향후 한일 관계는 협력적 관리의 성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급변하는 일본 정가에 대응하는 이재명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은 위기의식을 덜어내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했다. 특히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방일은 극단적 우클릭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에 안정감을 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위 실장이 방일 이후 NSC 정책담당자 및 내각 보좌관들과 긴급 회동을 가졌고, 다카이치 총리도 이에 호응해 '한국 김, 화장품, 드라마'를 언급하며 우호적 제스처를 보였다"면서 "급격히 얼어붙을 것 같았던 한일 관계가 안정감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협력적 관계 관리'도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한국 경제계에서는 한일 경제통합론이 제기됐고, 아산정책연구원은 한일 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아시아판 NATO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김 교수는 "최근 양국 정상은 저출산·고령화·인구소멸·지방소멸 공동대응을 위한 한일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면서 "제1차 회의가 이미 시작됐고, 향후 미래협력위원회처럼 다양한 협의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단 순항하는 듯 보이는 한일관계의 앞날에는 최근 발생한 블랙이글스의 오키나와 급유권 문제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쌓여온 역사·영토 문제와 같은 돌발 변수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김 교수는 "양국이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협력적 관리를 지속해야 현재의 우호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역사 및 영토 문제에 대한 양국의 접근 방식이 향후 한일 관계의 발전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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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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