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보유세 높다'는 보수의 거짓말! 뉴욕 10억 vs 서울 10억 세금 비교해보면…

[리얼 톡-심층인터뷰]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우리나라 보유세가 외국에 비해서 낮지 않다는 주장은 팩트가 아닙니다. 그 논리를 들어보니까 우리나라가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동산 보유세가 낮지 않다, 오히려 평균보다 조금 높다는 건데, 이는 틀린 주장입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부동산가액이 높아요. 그러면 당연히 보유세액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외국보다 부동산 보유세가 높다, 낮다는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서울에 10억 짜리 집과 뉴욕에 10억 짜리 집을 비교하는 거죠. 동일한 가격의 부동산에 서울에서는 세금을 얼마 내고, 뉴욕에서는 얼마를 내는지 비교하면 됩니다. 이렇게 따지면 미국의 세금이 훨씬 높습니다."

미국은 집값의 1%가량을 보유세(재산세)로 부과한다. 반면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0.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10.15 대책을 포함해 3번의 부동산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남은 것은 '보유세 인상'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일부 관료들이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프레시안(이명선)

"한국 보유세 낮다", "민생지원금이 집값 올렸다"…모두 거짓말

그러자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에는 지난 23일 "한국 보유세 낮다? 'GDP로 따지면 OECD 36개국 중 12위'"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3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보유세가 낮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팩트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지원금이 집값을 올렸다"고 주장한 것도 억지 주장 중 하나다.

"대출 규제와 관련해 부작용이라고 이야기 되는 사례가 억대 연봉을 받는데 부모한테 물려받은 돈은 없는 '고소득 흙수저'입니다. 연봉 1억 원을 받아서 한푼도 안 쓰고 10년을 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채를 사기 힘들다. 그런데 민생지원금을 받아서 집 산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버티면 이긴다"는 믿음 깨져야 경제 효율성 증대

이 연구위원은 한국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를 야기하는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기 위해서 보유세 강화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자산 불평등을 교정하는 형평성만이 아니라 효율성을 추구하는 세제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보유세가 우리보다 훨씬 높다고 했잖아요. 그 이유가 효율성에 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국가가 갖고 있는 자산이 계속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 성장주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무수익 또는 비수익 자산입니다. 땅과 돈도 열심히 일을 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보유세가 낮으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 않는 자산도 그냥 갖고 있습니다. 지금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지만 언제가는 오를 것이란 믿음이 있고, 그렇게 10년, 20년 버티면 승리해 왔거든요. 그런데 보유세가 1% 수준이면, 10년 뒤에 오를 수도 있다는 믿음만으로 매년 1%의 세금을 낸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무수익 자산은 그 부동산으로 1%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에게 팔게 되는 거죠. 그러면 시장 효율성은 증대됩니다."

이 연구위원은 '공급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보수의 주장에 대해 "부동산은 공급 정책, 대출 규제나 금리와 같은 금융 정책, 보유세, 양도세 등 조세 정책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면서 "세 가지 다 해야지, 어느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보유세 인상'과 '부동산 폭등', 어느 쪽 택할지 물어야

보유세는 세금이라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고, 게다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여권도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솔직하게 밝히면서 합의를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에서 기회비용이라고 말하는데, 양 손에 떡을 쥘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세금도 안 냈으면 좋겠고, 부동산 가격도 적절하게 안정됐으면 좋겠고, 사회 서비스도 많이 제공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솔직하게 말해야 됩니다.

재산세를 내기 싫으면, 대출 규제를 더 심하게 해서 현금 부자들만 집을 사게 하거나, 그냥 부동산 가격이 40억, 50억, 이렇게 오르는 걸 두고 봐야 합니다.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저는 보유세율을 올리는 게 한정된 자원이 더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서 GDP가 올라가고, 내수도 좋아지고, 경제 성장률도 좋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코스피 5000' 공약, 조세원칙은 지키면서 가야

부동산 시장에 쏠리는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돌리겠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공약은 집권 5개월 만에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하면서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연구위원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 자체는 국가 전체적으로는 더 좋다"고 평가했지만 한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저는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을 주식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라도 재산세나 종부세를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부는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자본시장에 있는 세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조세의 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만 세금을 내고, 근로소득이 아닌 거의 모든 소득에는 세금이 없는 대단히 독특한 나라입니다.

근로소득으로 5억 원을 벌면 세금 1억 정도 냅니다. 근데 내가 아파트를 5억에 사서 10억을 받고 팔았다면 똑같이 5억을 벌었지만 1세대 1주택자일 경우엔 세금을 한푼도 안 냅니다. 주택 양도소득세가 과하다고 하는데 그건 다주택자 얘기입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5억에 산 주식을 10억에 팔면 세금을 하나도 안 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가서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도 줄여주겠다고 합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의 배당 소득을 분리과세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2025년 세제 개편안'을 통해 주식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발표했다. 주식 배당으로 번 돈에 대해 여타 소득과 별개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배당소득 2천만원 이하에는 14.0%, 2천만∼3억원 구간에는 20%, 3억원 초과분에는 35%의 세율을 각각 적용한다.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면 종합과세할 때보다 세 부담이 낮아지며, 고배당 자산가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자 감세'다. 정부는 이로 인해 세수가 2000억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주식시장 부양책이 '유리지갑'인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 주식, 아파트, 가상화폐 등 모든 자산이 오르는 '에브리씽 랠리'가 요즘 상황인데, 모든 자산이 오르면 부의 불평등은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을 통해 번 돈에 대해 누구도 세금을 안 내고 근로소득자만 세금을 내고 있는 상황은 정말 안타깝죠. 그렇다고 근로소득자도 세금을 깎아줘야 한다는 건 아니고, 이렇게 모두가 세금을 안 내면 소는 누가 키우나요?"

이 연구위원 인터뷰는 <프레시안tv>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집값 잡는 3박자 중 '이것' 빠지면 백전백패! 부동산 보유세 높다는 보수의 거짓말!!ㅣ이상민 연구위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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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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