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4일 북한과 미국의 회담 가능성에 대해 "내년 3월이 정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내년 초 북한 노동당 9차 당대회 시점을 맞아 열병식 준비 움직임이 있고, 3월 한미연합훈련이 예고된 상황에서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북미 정상이 마주할 가능성이 점쳐진 것이다.
국정원은 이날 서울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밝혔다.
특히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정상회담은 최종 불발됐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물밑에서 대화를 대비한 동향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미국 행정부의 대북 실무진 성향을 분석한 정황이 감지되었다"며 "북한의 '핵보유국' 레토릭(수사)에 있어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정은이 미국과 조건부 대화를 시사한 9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핵무장에 대한 직접 발언을 자제하며 수위 조절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한 APEC을 앞둔 지난 달 26일,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는데, 국정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시 김정은과의 만남 의향을 표명한 상황에서 대화 여지를 감안해 최 외무상의 중국·러시아 출국을 막판까지 고심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미 대화 의지를 갖고 있으며, 향후 조건이 갖춰지면 미국과의 접촉에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여야 간사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밀착에 이어 올해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이루는 등 외교적 성과를 냈기에, 이를 발판으로 내년에는 미국과의 접촉에 가장 큰 우선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편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최근 공개 활동을 하지 않는 데 관해 국정원은 "김주애는 올해 처음 외교 분야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며 유력한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중"이라면서도 "최근 60일간 (김주애는) 잠행 중으로 보인다. 이는 김주애가 부각됨으로써 과도하게 후계 논의가 떠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고, 현 지도자인 김정은에 대한 조명을 더욱더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남북 관계에 관해서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해외 공관에 '한국 단체 접촉 금지', '한미 차별적 대응' 등 원칙적 입장을 철저히 준수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북한은 '남북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국가'라는 내용을 헌법에 반영하는 개헌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를 "남북 관계 개선 여지를 지속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짚으며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이 될 수밖에 없는 책임을 남한으로 돌리기 때문에 당분간, 어떤 의미에서는 관계 개선이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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