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 퇴적토를 새만금 매립에 쓰면 될 일을…해상 투기장 만든다며 예산낭비·환경파괴 '헛짓'

'대안'은 있는데 관계 기관은 수년 째 손 놓고 있어

전북자치도는 지난 2022년 8월, 군산항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이 국가 재정사업평가를 통과해 최종 확정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군산항 7부두 옆 방파제 전면 해상에 축구장 300개 정도 크기로 국비 5000억 원이 투자돼 건설되는 국책사업이었다.

군산항은 하구둑 항만의 특성상 연간 300만㎥ 이상의 퇴적토가 발생하고 있으며 항로 유지를 위해서는 해마다 100만㎥ 정도의 준설이 필요한 항만.

그런데 이같은 군산항에 비상이 걸린 지 오래다.

새로 건설되는 제2준설토 투기장은 계획대로라면 2028년 이후에나 사용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2026년~ 2028년 사이 3년 간 군산항 준설토를 버릴 곳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었다.

그동안 군산과 장항항 준설토를 투기해 왔던 군산항 부근 금란도는 지난해 말 포화상태여서 추가 투기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군산시의회가 "지난 100여년 이상 서해안 관문 역할을 해온 군산항이 미흡한 준설공사 시행으로 계획수심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가 무역항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군산항 기능 회복과 금강하구 연안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하고 나섰다.

건의안을 대표 발의한 군산시의회 서동완 의원은 "정부가 일부 준설 예산을 확보하고 제2준설토 투기장을 조성 중이지만 대규모 토사유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퇴적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군산항의 항로 수심은 급속히 낮아지면서 항만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예견됐던 일에 그동안에는 대안 제시가 없었을까?

서 의원은 지난 7월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의 '모두의 광장 행사'에서 제시된 대안을 손 꼽는다.

그 당시 한 시민단체 대표는 "군산항 준설토와 이미 포화상태가 된 금란도에 쌓여진 투기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서 의원은 "이같은 방안이 현재 군산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당시 이성구 군산항발전시민협의회 회장은 "군산항 준설토를 컨베어벨트 시스템을 통해 새만금으로 옮겨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이같은 방식을 채택하면 컨베어 설치와 유지비 1200억 원을 포함한 3000억 원 가량이 들 것"이라면서 "새만금 매립토 확보를 위한 국가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새만금호 내부 준설로 인한 수질 오염도 막을 수 있고, 무엇보다 5000억 원을 들여 새만금 인근에 또 다른 준설토 투기장을 만들 이유가 없게 돼 수천억 원 이상의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뿐 아니다.

이에 앞서 이미 지난 2022년 4월에는 군산지역 시민단체가 '군산항 준설토 제2투기장 건설을 백지화'하라는 입장을 밝히고 "본래 최대 10억㎥까지로 추정되는 새만금매립공사에 필요한 매립토 확보는 군산항 준설토로 사용하기로 돼 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새만금매립사업을 주관하는 농어촌공사측이 '운송과정에 예산이 많이 들고 매립토의 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새만금호내의 호소 밑바닥을 파 올려서 그 준설토로 매립하는 일을 계속하면서 그 결과 이미 썩은 물로 가득한 호수의 바닥은 점점 더 깊어지고 호수 밑바닥 물이 정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거의 사라진 지 오래"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군산항 항로에서 파 내는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토로 사용한다면 호소 바닥의 준설을 막을 수 있고,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새로운 준설토투기장을 만들겠다며 수천 억 원을 들인다는 것은 일부 토건 세력과 일부 정치인,브로커 간의 어떤 연결점이 형성되지 않고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에는 군산지역의 또 다른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새만금매립사업과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축조사업'과 관련해 '적정성'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청구 내용을 요약하면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축조의 적정성 문제로 이미 이명박 전 정부인수위원회와 감사원이 13년 전에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 시행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무산시킨 바 있는데 다음 정부에서 들어와 부활됐으며 예비타당성조사가 조작됐다"는 것이었다.

이 단체 관계자는 당시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5000억 원이 넘는 국가예산을 들여 군산외항 부근 60여 만평 규모의 제2준설토 투기장을 조성한다는데 오히려 아직도 매립되지 않고 있는 새만금산업단지를 투기장으로 사용하면 새로 바다에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새만금에 산업단지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아직 매립되지 않은 새만금산단에 군산항 준설토를 활용하면 산속한 산업단지 확장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새만금호를 준설할 필요성도 없어 수질오염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어촌공사가 군산항 준설토가 질이 나쁘다고 얘기하지만 군산항 준설토는 지난 70년대부터 군산항 인근의 공유수면 매립재로 활용돼 이미 1000만 평에 가까운 매립지가 조성돼 공단과 주택, 농지 등 각종 부지로 개발돼 군산시민의 주요 생활 터전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다.

안호영 의원은 지난달 30일, 환경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군산항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용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환경부 장관에게 당부했다.

안 의원은 다시 새만금호의 수질 오염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새만금호의 준설은 저층 오염물질을 재방출시켜 수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퇴적이 심해 매년 준설이 필요한 군산항과 장항항의 준설토를 새만금 매립용재로 활용하면 새만금호의 수질 개선과 항만 준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군산항 준설토 활용방안을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검토하고 관계부처와도 협의해 보다 나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해 '해묵은 사안'인 '군산항 준설토의 새만금 매립용재 활용'문제가 정부차원에서 수용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만금산업단지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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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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