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북 경주의 아연가공업체 지하 수조 내에서 배관 공사를 하던 노동자 4명이 질식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고용노동부, 한국가스공사 등과 함께 27일 합동감식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반복되는 중대재해에 대해 엄정 수사와 함께 가용할 산업안전 행정력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경찰 등을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11시 31분쯤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단의 아연가공업체에서 지하수조 내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4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지하수조는 폭 10m, 깊이 3m로 노동자들은 지하수조 내 암모니아 가스 저감 설비 설치 작업에 투입됐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노동자 한 명이 보이지 않자 동료 3명이 그를 찾기 위해 수조 안으로 내려갔다가 함께 쓰러졌다. 이후 10여 분 만에 작업반장이 이들을 발견해 신고했으나 이 가운데 3명은 심정지 상태, 1명은 의식 저하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3명은 사망했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해당 수조는 지난 17일 페인트 도장이 이뤄진 곳으로, 남아 있던 유기용제나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지하 수조 내부를 유해가스 측정 장비로 분석한 결과 일산화탄소가 검출된 것으로 잠정 파악했다.
이번 사건까지 올해에만 산업 현장의 질식 사망사고는 9번째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1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밀폐공간 질식 사망사고 14건 중 12건(85.7%)은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주 질식사고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으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어떤 경위로 수조 내에서 질식 재해가 발생했는지, 가스농도 측정과 환기, 감시인 배치와 같은 밀폐공간 작업 전 기초적인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엄정히 수사해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노동부, 검찰, 경찰 등은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며 "기초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거나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압수수색, 구속 등 강제수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질식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영세 사업장 관련해서도 김 장관은 "상대적으로 안전보건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영세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감독·점검, 안전일터 프로젝트, 패트롤 점검 등을 소규모 현장에 집중하고 내년부터는 안전일터 지킴이, 지방정부 감독 권한 부여 등을 활용해 소규모 영세사업장 예방 역량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인천 계양구 맨홀 내 지하관로에서 작업하다 노동자 1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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