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합은 갈등이 아니라 선택…전주·완주 '신뢰'로 다시 시작할 때

김인권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 대표

전주와 완주 사이의 통합 논의는 이제 30년을 넘긴 오래된 숙제다.

지난 9월 행정안전부의 6자 간담회를 계기로 절차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주민 투표 권고만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찬반 논란은 뜨겁고, 양측 모두 ‘주민 삶’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하나다. 통합은 정치적 승부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공동 선택이라는 점이다.

지난 18일, 전주방송(JTV)에서는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를 초청하여 ‘전주 완주 통합, 어떻게 되나’ 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는 “행정통합은 주민 삶의 문제”라며 공정한 절차와 정보 제공을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2013년 통합 무산 이후 약속된 사업들이 중단된 경험은 완주 주민들에게 불신을 낳았다. 그런 상처를 딛고 다시 협의 테이블에 앉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과거의 실패가 미래의 가능성까지 가로막아서는 안 될 일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공론화는 이미 충분히 이뤄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시장과 군수는 다섯 차례 공개 토론을 가졌고, 105개 상생 방안은 양측 주민협의체가 공동으로 도출한 결과다. 이는 단순한 ‘상부 주도’가 아니라,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 합의라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김관영 도지사의 역할과 의무가 있다. 그는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신뢰를 재건하려고 요건을 제도화하려는 것은 크게 박수받을 만하다.

도지사는 ‘말’이 아니라 ‘제도’를 만들어 신뢰를 쌓으려 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고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보인다. 단순한 정치적 약속을 넘어, 지방자치의 성숙한 실천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김인권 프레시안 전북본부 대표가 3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물론 완주의 자립 역량도 무시할 수 없다. 수소 산업, 피지컬 AI, 방산 클러스터 등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며, ‘완주 브랜드’는 이미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유 군수의 주장처럼, 통합 없이도 성장은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인구 10만의 자치단체가 단독으로 대형 인프라(올림픽, 메가프로젝트 등)를 유치하거나 국가 전략 산업을 유치하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반면, 통합된 전주는 인구 70만 이상의 광역시급 도시로, 국가 정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자격을 갖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소멸 대응 전략’의 첫 사례로 전주·완주 통합이 채택된다면, 막대한 인센티브와 정책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선택의 기준은 감정이 아니라 경제적 합리성과 미래 전망이어야 한다. 도지사가 강조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설득력 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통합이 아니라, 변화를 외면함으로써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주민 투표가 다가오고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장단점을 냉정히 따져보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김관영 도지사가 제시한 제도적 보장 장치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통합은 갈등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더 크게 멀리 가기 위한, 장엄한 연대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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