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에서 태어났다. 부산에 가서 몇 년 살았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까지 해남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까지는 광주에서 지냈다. 서울에서 사법연수원을 다녔고, 강원도 원통에서 법무관으로 3년을 살았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서울에 주소를 두고 변호사를 시작했고, 중간에 거처를 경기도 분당으로 옮겼지만 서울이 일터였다. 대신 아이들은 분당 출생이 됐다. 정치하느라 지역구를 찾아 서울 성동구로 이사했다. 그랬던 성동구 살이도 20년이 넘어간다. 그동안 일터는 강남역에서 여의도로, 지금은 광화문이다. 손가락으로 헤아려보니 인생의 대부분은 서울살이였다.
십여년 전 문득 '서울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가헌 최완수 선생님의 <겸재의 한양진경> 덕분이었다.
옛 서울 '한양도성' 지도를 찾아 곁에 두었다. '서울의 옛 물길'을 공부해야 하는 필요를 절감했다. 마침 '청계천 건설 관련 보고서'에 옛 물길 그림이 있었다. 도움이 됐다. '역사도심기본계획'이라는 문건도 보게 되었는데 서울의 물길과 현재의 도로를 결합시켜 놓은 그림이라서 많은 도움이 됐다. 서울의 옛 지명을 다룬 책도 유용했다.
그럼에도 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찾는 일은 사람의 일이었다. 서울에 살며 서울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을 이해하고, 살피고, 공부할 수 있는 참으로 정성스럽고, 더없이 고마운 책이 출간됐다. '지도와 사진으로 만나는 근대 서울의 원형'이라는 꼬리를 단 김상엽 선생의 <경성풍경>이다.
김 선생 책은 이미 여럿 가지고 있기에 굳이 저자를 공부할 필요는 없었다. 믿고 사면 충분했다. 출판사는 솔직히 몰랐다. 특별하게도, 책 가장 뒷면에 출판사 대표 이름으로 어떻게 이 책을 만들 수 있었는지 '이 책을 둘러싼 날들의 풍경'이라는 열정과 우연과 땀방울로 조직된 글이 있다. 감동의 사연들이다. 그저 독자에 불과하지만 이 책의 자료수집과 저술과 정리와 편집과 교정의 노고를 헤아린다.
대개 버릇이 <프레시안>에 책을 소개한 다음 이 소개글과 함께 책을 선물하는게 버릇이다. 그런데 이 책만큼은 그럴수가 없었다. 글을 쓰기까지의 시간을 내가 버틸 수 없었다. 이미 나누고 있는 책이다.
편하게들 쓰는 단어들이 있다. '뉴요커'니 '빠리지엥', '런더너' 같은 단어들. 서울 사람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할까. 그 전에 서울 사람들은 자신의 역사적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고민해보자. 이 책이 경전은 아니더라도 외전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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