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핵발전소 수주 때 "사업 철수하면 대통령 탄핵"…尹정부, 한수원 압박 의혹

김동아 "한수원·한전 이견에 산자부서 '용산 분위기 안 좋다'며 외압 가해"…한수원 "사실 아냐"

윤석열 정부 시절 체코 핵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무부처 장관이 "우리가 체코 사업을 철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13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한수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체코 핵발전소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한수원과 한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과정에 있었는데, 이를 시급히 해소하라는 정부 차원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한수원·한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당시 미국 측과 맺은 불공정 계약 조건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난 몇 년간 치열하게 소송을 이어 나가던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은 2024년 7월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핵발전소) 우선협상자 선정 발표 이후 급격하게 변화한다"며 "팀코리아가 체코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이 원전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조급함을 느낀 윤석열 대통령실과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한수원과 한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2024년 8월 8일 한미 장관급 회의' 관련 자료를 제시했는데, "안덕근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에게 '우리가 체코 사업을 철수하면 윤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다'고 발언한다. 같은 날, 안 장관은 분쟁 해결을 위한 당사자 간 회의를 최대한 빨리 잡으라고 재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8월 13일과 14일에는 박춘섭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의 면담이 연속적으로 이뤄졌고, 이때부터 정권 차원에서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합의를 종용하기 위한 여러 외압이 거세지기 시작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김 의원은 "8월 19일, 웨스팅하우스가 제시한 Term Sheet의 일부 조항에 대해 한수원과 한전 간 이견이 나오자 같은 달 23일, 산업부 차관은 김동철 한전 사장에게 '용산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전에 직접적인 외압을 가한 것"이라고 짚었다.

또 "산업부는 단순히 외압에 그치지 않고, 같은 날 직접 웨스팅하우스에 보내는 문안까지 작성해 한수원·한전에 이메일 발송을 요구했고, 발송 후 웨스팅하우스의 입장까지 확인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며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급 인사들은 국익을 외면한 채 윤석열의 정치적 치적 쌓기를 위해 협의 과정에 졸속 개입했고, 결국 2025년 1월 16일,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굴욕적 합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 핵연료 부품에 대한 독점 공급도 협의한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이 추가 공개한 한수원 내부 자료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에 핵연료 부품 독점 공급을 요구했는데, 체코 핵발전소뿐 아니라 체코 핵발전소 연료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인 최대 2048년까지 모든 국내 핵발전소의 피복관 등에 사용되는 원소재를 웨스팅하우스가 독점 공급하겠다는 요구 사항이 담겼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번 합의에는 이런 요구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재협상의 여지는 남겨져 있는 상태"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매국적 합의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가의 핵심기술과 미래를 팔아넘기는 데 앞장선 당시 대통령실, 산업부, 한수원, 한전 관련자들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철저히 수사하고, 관련 법에 따라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수원은 이 같은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입장문을 내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두 부인했다.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당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체코 프라하 도착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황주호 한수원 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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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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