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가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했을 때 과도한 의전 요청으로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가 초치되는 등 외교적 갈등이 불거졌다는 보도와 관련, 당시 대사는 상황을 사실 그대로 본국에 보고했다며 보도의 상당 부분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2023년 1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부부가 수교 62년 만의 국빈 방문을 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네덜란드에 과도한 의전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열흘 앞두고 과잉 의전으로 인해 주네덜란드 대사가 초치됐다"며 "네덜란드 측 불만이 초치 전문에 나와 있는데, 불필요하거나 지엽적 수준의 한국 측 문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한국측의 무리한 막판 요청을 수용할 수 없고, 반드시 필요하거나 긴급한 사항들만 협의해달라 라고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 측은) 방문하는 곳의 엘리베이터 면적을 알려달라고 하고 반도체 기밀 시설의 출입 인원을 늘려달라고 한 것 외에도 자동차 엔진 사이즈, 왕궁 내 모든 승강기 크기 측정 등 네덜란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본질적인 내용까지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같은 상황을 주네덜란드 대사가 초치 전문과 함께 본국에 보고했음에도 외교부에서는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외교부는 당시 초치에 대해 "일상적인 소통의 일환"이며 "행사는 양측 모두 만족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당시 네덜란드 대사였던 최형찬 국립외교원장에게 보고에 과장이 있었는지, 원문 그대로 본부에 보고했는지에 대해 물었고 최 원장은 "상황은 사실대로 보고했다"고 답했다.
최 원장은 초치됐을 당시 상황에 대해 "국빈 방문을 열흘 앞두고 있었는데 양측 간 일정 합의가 되지 않은 것도 있어서 긴장감도 있었던 면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 측의 의전 요구에 대해 "지나침이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현지 대사가 (네덜란드) 외교부로 초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는 이러한 일을 반면교사 삼아 의전을 합리화하자고 (제가 장관) 취임 초부터 이야기 해오고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의전 간소화와 합리화를 이야기했다.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2023년 윤 대통령 부부가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반려견이 머물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달라는 것과 함께 반려견 전용 차량, 반려견을 담당할 만한 대사관 직원 지정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2024년 초에 계획했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의 경우 나흘 전 갑자기 연기됐는데, 당시 대통령 측이 대통령 접견실 이외에 김건희 영부인을 위한 전용 접견실을 별도로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외교부가 김건희 여행 매니저인가? 너무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장관은 "외교부 의전실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주프랑스 대사관에 연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또 이런 의전을 맡아서 하는 외교관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첫 유엔대사로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차지훈 변호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여당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 대사가 언어 능력은 있냐는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유엔에서 차 대사가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언어능력분만 아니라 회의 주재 능력도 (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번에 엄격한 자격심사를 실시했다. 그전에는 서류만 했는데 이번에는 대면 심사도 진행했다"며 "활동가 출신이 유엔 대사로 임명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좀 있다"고 말해 주로 법조계에 몸담았던 차 대사가 임명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차 대사는 사법시험 28회, 사법연수원 18기로 이 대통령과 사시 및 연수원 동기다. 특히 그는 2020년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때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리리도 했는데, 당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변호인이라는 이력과 그가 외교적인 부문에서의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 때문에 야당에서는 "연수원 동기, 변호인 챙기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주유엔대사의 경우 유엔이라는 다자 외교 무대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사가 임명된 사례가 흔치 않다. 차 대사와 같은 비외교관의 대사 임명은 1990년 4월 검사 출신의 고(故) 현홍주 전 대사가 유엔대사로 임명된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차 대사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국제적 이슈를 주로 다뤘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 법무부 국제투자분쟁 법률자문위원, 예금보험공사 글로벌 법률자문위원,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인 등을 역임했다.
1963년 생으로 전남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하면서 언어 능력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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