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 인천 방문 현장에서…"중국인 무비자 입국 위험"

범죄·감염병 등 무책임한 '혐중' 발언…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며 "즉시 신고하라"

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대중 무역 거점이자 관광 명소로 꼽히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시행되는 첫날, 뚜렷한 근거 없이 반중 정서를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인적이 드문 야외 화장실을 이용할 때 성별을 떠나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동해 달라"는 등 중국인을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기까지 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인천 중구 월미로에 위치한 인천관광공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 시작은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무비자로 한국에 대거 몰려드는 중국인은 대체 누구인가"라며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우려되는 국민 불편과 국민 안전 문제"를 주장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음모론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회의 장소가 인천관광공사인 점이 역설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우선 "불법 체류와 불법 취업이 예상된다"며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 "마약 유통 및 불법 보이스 피싱 등 국제 범죄 창구가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 제안이 온다면 100% 차단해야 한다", "모르는 계좌나 유심칩·대포폰 거래 요구가 있다면 절대 응하지 않아야 한다", "길거리, 카페, 술집 등에서 낯선 이들이 제공하는 음료나 주류 등을 함부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한적한 곳에서 차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선다면 지체 말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도주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는 통상적인 범죄 예방 대책이지만, 모든 것을 중국인 무비자 입국과 결부시킨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또 "관광지 등 밀집이 예상되는 장소에서는 문화적 마찰로 주민 갈등 및 다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관광지 및 식당, 길거리 또는 집회 시위 현장 등에서 시비를 걸어오는 낯선 사람에 대해서는 절대 직접 응대하지 말고 신고와 촬영을 하기 바란다"며 "신고 시에는 더 빠른 조치를 위해 112뿐 아니라 관할 경찰서 형사과 등에 직접 동시 신고하기 바란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적이 드문 곳이나 야외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는 성별을 떠나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동해주길 바란다. 중국인 등과 마찰 발생 시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사고나 피해 상황을 목격한 분들은 즉각 신고와 함께 상황을 촬영해 주기 바란다"고까지 했다.

그는 나아가 "대규모 입국으로 전염병 및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손 소독 등 개인위생에 주의를 다해달라"며 "중국인 무비자 입국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국민 피해 상황은 SNS 등으로 공유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무비자 입국 기간이 연장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자국민의 출국을 제한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로 몰려드는 중국인의 정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이재명 정권은 국민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달라"고도 했다.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은 이날 김 최고위원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연일 페이스북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에 따른 국가 전산망 먹통 상황을 거론하며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은 법무부 소속기관에서 별도로 관리·운영해 이번 국정자원 화재와 관계없다는 법무부의 설명에도, 나 의원은 이날 역시 "무비자 입국자가 입국 후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알 수 없어 사후 관리와 현장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범죄, 불법체류, 감염병 확산 등 유사시 신속 대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에서 "(한국은) 인천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인천이 발전해야 대한민국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며 "제2의 황금기를 열어갈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도록 당이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장 대표는 "회의에 앞서서 인천 자유공원을 찾아 맥아더 동상에 참배를 드리고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한미 관세협상 상황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유엔 순방에서 돌아왔지만 정부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 외교 참사를 넘어 국민이 부끄러울 정도의 외교 재앙이 일어났지만 정부는 한마디 말이 없다"고 '외교 재앙'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번(방미)에는 국민들께서 납득하기 어려운 낯부끄러운 장면들이 계속 연출됐다"며 "145개국 정상이 모인 자리에 가서 어떤 외교 성과가 있었는지 반드시 국민 앞에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정자원 화제에 대해서는 "우선 화재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가장 신속하게 복구하는 것이 그다음"이라며 "정부는 화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29일 인천시 중구 인천관광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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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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