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갈등, 총 아니면 해결 어려워졌나…커크 총격 사망에 이민자구금시설도 공격 받아

용의자 탄피서 "ICE 반대" 문구…트럼프 "급진 좌파 민주당원" 배후 지목해 야당 입막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임시 구금 시설에 대한 총격이 발생해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진 좌파 민주당원"을 배후로 지목하며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 사망 뒤 노골화 한 좌파몰이를 이어갔다. 커크 피살 때와는 달리 트럼프 정부 당국자들의 사망자에 대한 애도 표시는 찾기 어려웠다.

미 국토안보부는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6시40분께경댈러스 ICE 지부 근처 옥상에서 이 건물을 향해 무차별 총격이 가해져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ICE 요원 중 사상자는 없었다. 이 시설은 이민자들을 장기 구금 시설로 보내기 전 임시로 수용하는 곳이다.

국토부는 사상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멕시코 외교부는 부상자 중 한 명이 멕시코 국적자라고 밝혔다.

용의자가 범행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범행 동기 규명이 쉽지 않은 가운데 당국은 범인이 남긴 미사용 탄피에 "ICE 반대(anti-ICE)" 문구가 새겨져 있는 데 주목했다. 캐시 파텔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탄피 사진을 공개하며 초기 증거 검토 결과 사건이 "이념적 동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텍사스에선 지난 7월에도 알바라도 프레리랜드 이민자 구금 시설에 대한 총격이 발생해 경찰관 1명이 다쳤다.

트럼프 정부가 배후를 또다시 "급진 좌파"로 지목해 이 사건을 계기로 좌파몰이 및 비판자들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ICE 요원들이 "정신 나간 급진 좌파의 전례 없는 위협, 폭력, 공격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찰리 커크 암살 사건 뒤 급진 좌파 테러범들의 계속되는 폭력은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메시지에 사망한 이민자에 대한 애도 표시는 없었다.

지난 10일 미 유타주 유타밸리대 행사 중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웠던 우익 활동가 커크가 총에 맞아 사망한 뒤 트럼프 정부는 커크 애도를 빌미로 표현의 자유 단속 및 좌파몰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관련해 '안티파(Antifa)'를 국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안티파는 반파시스트(anti-fascist)의 준말로 주로 정치적 좌파를 중심으로 파시즘에 반대하는 운동을 폭넓게 이르며 조직으로서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커크 살해 용의자가 안티파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급진 좌파"와 민주당을 동일시하며 야당의 정부 정책 비판을 막으려는 노골적 기조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사건이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이 끊임없이 법집행 기관을 악마화하고 ICE 해체를 요구하고 ICE 요원들을 '나치'에 비유한 결과"로 인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JD 밴스 미 부통령은 24일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개빈 뉴섬(캘리포니아 주지사) 같은 민주당원"이 ICE를 "권위주의 정부의 일부"로 비판하는 건 "미친 사람들이 폭력을 저지르도록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용의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복수의 외신은 법집행 당국자 등을 인용해 용의자가 댈러스 출신 조슈아 잔(29)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용의자의 온라인 활동에서 뚜렷한 정치적 관심이 드러나지 않았으며 주로 게임, 자동차, TV 방송, 마리화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2015년 마리화나 판매 혐의로 붙잡힌 적이 있는데, 2020년 3월 텍사스에서 민주당 예비 선거에 투표했고 오클라호마주에선 무소속 유권자로 등록돼 있었다고 한다.

커크 암살 뒤 2주 만에 벌어진 이번 사건으로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마크 비시 연방하원의원은 24일 미 CNN 방송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수사들이 "끔찍하고 역겹다"며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좌우를 막론하고 폭력적 수사와 분열적 발언을 규탄해야 하며 이는 양당 모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선출된 공직자들이 구금자들의 죽음과 부상에 애도하지 않고 법집행관들의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에 화가 났다며 "이들도 사람이다. 이민자들도 인격체"라고 비판했다.

▲ 24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구금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이민세관단속국(ICE) 지부 현장에서 법집행관들이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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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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