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33명, 괴롭힘 22건, 급기야 29살 직원의 죽음…지방세연구원에서 무슨 일이?

유족·노조 "생전 상급자 폭언 시달리고, '기관의 적'으로 몰려"

"아직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남은 가족들이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지방세연구원에서 벌어진 직장내괴롭힘, 갑질 등은 너무나도 끔찍하여 아직 어린 말단사원을 삶의 끝으로 몰았다고 생각합니다.

동생의 죽음으로 이 잘못된 것들이 바로 잡히고, 지방세연구원이 꼭 일하기 좋은 곳, 또 청렴한 곳으로 꼭 거듭나고 가해자들이 서둘러 적합한 처벌을 받기를 원합니다." - 지난 10일 숨진 한국지방세연구원 직원 A씨의 형.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 근무하던 29살 A씨가 직장내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세상을 등진 사건이 일어난 데 대해 고인의 유족과 동료들이 '특별근로감독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고인이 생전 상급자의 폭언에 시달리는가 하면, 연구자 평가점수 조작 의혹을 공론화해 "기관의 적"으로 몰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3년 입사자 86명 중 33명이 퇴사하고, 지난 1년여 간 회사와 노동청에 22건의 직장내괴롭힘 신고가 접수되는 등 연구원 조직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A씨 유족과 공공연구노조 등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 산하 한국지방세연구원에서 일하던 29세 청년 노동자가 지나 10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고인은 2023년 9월 입사한 후 직속 상사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3월 직장내괴롭힘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괴롭힘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연구원 간부들이 특정 연구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평가 점수를 조작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A씨는 공론화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괴롭힘 가해자와 비리 의혹 당사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해 어려움에 처했다.

참석자들은 그 과정에서 "연구원의 대응은 처참했다"며 "부정 평가 의혹 피해 연구자들이 노동청에 제기한 직장내괴롭힘이 인정돼 시정조치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따르지 않았다. 비리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던 간부들도 연구원의 부실한 대응 속에 노동위원회 구제를 받아 돌아왔다"고 했다.

아울러 연구원에서 "2022년 이후 입사자 86명 중 33명이 3년도 되지 않아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계약만료로 퇴사한 인원까지 합하면 47명이 떠났다"며 "지난 1년여 간 22건의 직장내괴롭힘 신고가 있었다"고 했다. 연구원의 조직문화로 어려움을 겪은 이가 A씨만이 아님을 지적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고용노동부는 연구원 내에서 벌어진 직장내괴롭힘과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즉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고인의 억울함을 풀고 다시는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조처를 다 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동료 B씨는 "고인은 정말 밝고 생기있는 신입직원이었고 어디 있어도 존재감 있고 솔직했던 동료라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였던 말단 직원인 고인을 기관의 적으로 간주"했다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정확한 처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마정화 공공연구노조 한국지방세연구원지부장도 "부디 관계기관이 명명백백히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이 밝혀져 잘잘못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고, 고인의 원통함을 풀게 하며, 이 땅에서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지난 2024년 2월 한국지방세연구원 윤리헌장 선포식. 한국지방세연구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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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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