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북핵,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2.5배 증가…외교·대북 정책 완전히 실패"

"정동영, 김정은 대변인" 비난에 통일부 "평양 무인기 전단 살포 통해 계엄 명분 확보하려 한 것 지적" 반박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비상계엄을 선언하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윤 정부의 이같은 적대적 행동이 북핵 개발을 촉진하고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빠져들게 했다고 지적했다.

18일 통일부가 주최하고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2025 국제 한반도포럼(Global Korea Forum)에서 개회사를 한 정 장관은 "지난 정부 3년의 폐해가 너무 넓고 깊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기와 당선 직후부터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선제 타격의 필요성을 거론했고, 공산 전체주의와의 대결을 강조했고 흡수 통일 정책을 공식적으로 추구했다. 그에 따라 남북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빠져 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 흡수 통일 정책은 북한의 대남 적대 정책을 불러왔고, 북한은 더 나아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며 "이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다시 남북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두 국가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 개수는 지난 정부가 등장한 2022년 20개에서 지난해 50개로 2배 반이 증가했다. 지난 정부 3년간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미사일 시험 발사 횟수는 이전 정부 5년 간에 비해서 2배 이상이 늘었다"며 윤 정부의 정책이 북핵 개발을 가속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정부의 외교 정책, 대북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제재·압박 정책의 한계가 명확해졌다"며 "다시는 이런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은 무기화되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 중단이 지속될수록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라고 우려했다.

정 장관은 "변화의 초점을 우선 적대성을 해소하는 데 맞춰야 한다. 그 대안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사실상의 평화적 두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대북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그해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 1994년에 발표된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 등에 해결책이 이미 있다면서 "평화적 두 국가는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과도기적"인 한반도 상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구체적 방법론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어떤 경우에도 흡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 어떤 형태의 적대 행위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이 3원칙이 화해 협력 정책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상황 인식이 필요하다. 대화 재개는 빠를수록 좋다"며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 메이커'를 요청한 것을 언급하며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종식, 한반도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여는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한반도의 평화 증진, 나아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앞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남한이 북한에 먼저 군사적 도발을 한 적이 있느냐며 모든 도발은 북한이 먼저 했다고 말한 데 대해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10월 평양 무인기 투입을 언급했다.

그러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통일부 장관이냐, 아니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대변인이냐"라며 "북한의 위협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오히려 대한민국이 먼저 도발했다는 주장을 국회에서 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직책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통일부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북한 대변인'이라는 것은 인격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을 왜곡·폄훼하는 것"이라며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가 평양 무인기 전단 살포를 통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유발함으로써 계엄의 명분을 확보하려고 했던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 장관의 개회사 역시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대독한 축사를 통해 "분단 앞에 합리와 실용은 설 자리를 잃는다. 분단은 지리적, 정서적 상상력의 공감과 발전의 토대를 제약하고 국민의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제는 남북 간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출범 초기부터 취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상대방의 즉각적인 호응이 없다고 낙담하거나 멈추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환영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다시 한 번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호소하게 되고, 또 10월 말 개최되는 경주 에이펙}(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등 세계의 지도자가 모두 집결하는 만큼 한반도 평화 정착에 있어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민주주의 위기와 평화공존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가진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비롯한 정부기관들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과 엘지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단속해 한국 국적자 317명을 구금한 데 대해 "한국 공장 직원들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구금했다. 미국 민주주의는 어떤 상황일까? 미국과 한국 모두 정치적 양극화가 돼 있다"며 미국 국내 정치적 상황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8dlf 통일부가 주최하고 광복 8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2025 국제 한반도포럼(Global Korea Forum)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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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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