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구금 이후 커지는 대미 투자 우려에 진화 나선 트럼프 "해외 인력 환영"

"외국 국가나 기업의 미국 투자, 겁주거나 의욕 꺾고 싶지 않아"…반(反)이민 성향 짙은 지지층 설득한 듯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미 정부기관의 한국 기업 직원 구금 이후 미국 투자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의 투자 및 전문 인력들을 원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1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외국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올 때, 저는 그들이 일정 기간 동안 전문 인력을 데려와 우리 국민에게 이러한 아주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치고 훈련시켜 주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외교부가 지난 11일 "10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모두 숙련된 인력인 만큼 미국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리 입장을 듣고자 잠시 절차를 중단한 것이었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명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반도체·컴퓨터·선박·기차 등 한때는 우리가 그 분야에서 매우 뛰어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 우리가 많은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수많은 제품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애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조선업만 해도 우리는 과거에 하루에 배 한 척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간신히 만드는 상황"이라며 "외국의 국가나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주거나 그들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을 환영하고, 그들의 직원을 환영하며,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우고,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의 '게임'에서조차 그들보다 더 잘해낼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 4일 미 ICE 등 정부 기관들이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엘지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국적자를 포함해 해외 인력 수백명을 구금한 이후 커지고 있는 미국 내 투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자에 반대하는 미국 내 여론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이같은 기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에도 이러한 정치적 고려가 반영돼 있었다. 그는 해외 전문 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서서히 철수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갈 때까지"만 있어야 한다면서 이 인력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기간에만 입국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5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이들의 구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7일 "이민법을 존중해 달라"라면서도 "매우 뛰어난 기술 인재들을 합법적으로 데려와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만들도록 장려한다. 이를 위해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국인과 이민자의 체류에 대해 엄격히 단속하면서도 미국 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싶다는 트럼프 정부의 모순된 정책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미국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도 트럼프 정부가 이같은 상황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생산 시설 및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과 이민자 단속 간의 높아지는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단속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클럽을 방문한 후 워싱턴 D.C.로 돌아오는 중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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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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