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솜리소극장' 익산 개관…공연예술 '신(新) 르네상스' 꿈꾼다

20일부터 개관기념 공연, 조통달 명창의 '수궁가'부터 다섯 개 주제로 5회 공연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소극장에 대한 추억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젊음의 땀과 문화예술의 열정으로 가득했던 국내 소극장 문화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1980~90년대다.

제법 풍류를 안다는 도시들은 저마다 100석 내외의 작은 소극장이 곳곳에 포진해 밤마다 문화예술의 향취가 넘쳤다.

지역의 공연문화를 이끌었던 소극장은 2000년대 이후 대부분 경영난과 인물난으로 문을 닫았다.

전북 익산에서도 어렵게 자리를 지키던 중앙동 아르케 소극장이 2018년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민간이 운영하는 55석 규모의 솜리아트홀이 외롭게 활동해왔다.

익산시와 익산문화도시가 익산의 구도심 한가운데인 인화동의 '솜리문화의 숲' 2층에 공연예술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꾸며 낭만과 추억을 소환할 '솜리 소극장'을 개관해 익산 문화예술계의 부흥에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익산시와 익산문화도시가 익산의 구도심 한 가운데 공연예술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꿈꾸며 낭만과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솜리 소극장'을 개관해 익산의 문화예술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솜리소극장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겠다는 듯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개관 기념의 야심작인 인 '이리(裡里) 오너라, 업고 놀자'를 무대에 올린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솜리소극장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겠다는 듯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닷새 동안 개관 기념의 야심작인 '이리(裡里) 오너라, 업고 놀자'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개관 기념공연은 익산의 △전통 △추억 △낭만 △풍류 △예술의 다섯 가지 주제로 익산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공연예술을 한자리에 모았다.

우선 개막공연 '전통'의 주인공은 익산사람 조통달 명창의 수궁가다. 조통달 선생은 익산 황등출신의 익산사람으로 박초월 명창의 소리를 이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으로 자리잡고 있다.

21일의 두 번째 공연은 '추억'으로 나훈아의 오늘을 있게 한 노래 '고향역'이 주제다. '고향역'은 익산 출신의 작곡가 임종수 선생이 황등역을 모델로 만든 노래다. 임종수 선생의 제자로 익산에서 활동하는 가수 김운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세 번째 22일 공연의 주제는 '낭만'이다. 익산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룩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팬텀싱어 출신 테너 최진호와 다양한 레퍼토리의 앙상블 공연을 펼치며 가을밤의 낭만을 선사한다.

네 번째 '풍류'를 주제로 한 공연은 익산을 대표하는 전통음악을 모았다. 이리향제줄풍류, 익산목발지게노래, 이리농악이 번갈아 하나의 무대에 오른다. 한자리에서 듣기 어려운 익산의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다.

▲이리향제줄풍류 공연 모습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익산록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마지막은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을 시민들과 함께 보는 순서다.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소극장을 위한 또 하나의 활용방안을 시험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실 이리(裡里)는 지금은 사라진 익산의 옛 이름이다. 솜리는 바로 일제강점기 이리가 시작된 곳으로 이리의 원형으로 불린다.

과거 이리(裡里)의 중심이자 전통의 구도심인 인화동에 자리한 '솜리소극장'은 정해진 객석이 74석에 불과하지만 최대 90석 정도까지 활용이 가능하다. 모든 예술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전문적인 무대시설과 조명시설 및 음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진정한 '창작'과 '휴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소극장 문화는 도시의 문화예술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다. 수많은 소극장 공연을 통해 단련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발전시키며 지역을 대표하고 나아가 전국적인 예술가로 성장해왔다.

서울 동숭동의 소극장에서 훈련된 연극예술은 K-드라마와 영화산업의 부흥기를 이끌었고 홍대 앞의 소극장 공연은 K팝의 기반이 되었다. 가까이는 1990년대까지 연극을 중심으로 한 전주의 소극장과 극단들은 한때 한국의 연극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가 솜리소극장 개관에 큰 의미를 두는 것도 익산 문화예술의 새로운 전성기 재현과 맞물려 있다.

소극장 개관을 기념하는 이번 기획공연은 '해설이 있는 공연'으로 진행돼 더욱 관심을 끈다.

조통달 선생의 수궁가는 군산대 명예교수이자 국내 최고의 판소리 연구가인 최동현 교수가 해설을 맡았다.

둘째 날 임종수의 '고향역'은 익산의 문화활동가인 신귀백 작가가, 셋째 날 록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은 송혜진 대표가, 넷째 날 익산의 전통음악 시리즈는 민속연구가 김성식 박사가 해설을 맡는다.

솜리소극장 개관기념 기획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QR을 통해 선착순으로 사전접수를 받는다.

솜리소극장의 개관을 계기로 소극장이 들어선 솜리문화의 숲도 새롭게 관심을 끈다.

▲솜리문화의숲 외관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일환으로 건축되어 올해 4월에 문을 연 '솜리문화의 숲'은 익산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익산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개관하는 솜리 소극장과 함께 전시장, 북카페를 겸한 주민커뮤니티센터와 회의실과 사무공간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시민 누구라도 언제든지 저만의 휴(休)를 즐길 수 있다.

원도연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장(원광대 교수)은 "솜리소극장은 시민들의 공간이자 익산에 남아 고군분투하던 전문 예술가들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이곳에서 과거와 같은 활기와 열정이 되살아나고 지역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원도연 센터장은 "솜리소극장에 매일같이 공연이 올라가고 시민들은 늘 이 소극장을 눈여겨 보면서 즐거워하고 그래서 인화동 이 거리가 진짜 문화거리가 되는 그날을 꿈꾼다"며 "익산은 결코 문화적으로 가난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곳에서 확인되기를 빌어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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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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