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소통에 나섰다. 취임 100일 만에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연 이 대통령은 기자단과의 거리를 1.5미터로 좁히는 등 '탈권위' 소통을 시도하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급하며 "나와 대장동이 관련 있는 것처럼 만들려고 아들 인생을 망쳐놨다"며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가짜 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성을 주장하며 "우리 아들이 멀쩡하게 직장 다니고 있는데 '화천대유에 취직했다'고 대서특필하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직장을 못 얻고 있다"며 "나하고 대장동이 관련 있는 것처럼 만들려고 아주 그냥 인생을 망쳐놨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검찰개혁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자신을 "제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지칭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 "전에 저한테 불리한 건 사실이 아닌 것도 막 엄청나게 언론에 쓰더니 요새는 '그게 아니다'라는 내용의 명백한 팩트가 나와도 언론에 안 나온다"고 따져 물었다. 최근 국정원 자체 감사 결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정황을 검찰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보도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국정원, 쌍방울 北노동자 고용·주가조작 시도 검찰에 제출 안 해")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농담을 섞어 "저 외계인인가?", "나도 대통령이 됐는데, 원래 (언론이) 대통령 쪽 편도 들고 그러는 거 아닌가"라며 "편을 들기는커녕 명백하게 과격한 엉터리 허위보도로 제가 몇 년간 고생을 했는데, 물론 국민들이 다 그걸 다 가려서 이렇게 대통령 자리로 보내주셨지만, 그게 아니라 근거들이 나와도 이상하게 반응이 없어 이상하다"고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회견 말미 예정된 시간을 1시간 가량 넘기자 사회자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해도 이 대통령이 "난 괜찮다. 질문을 좀 더 받자"며 회견 시간을 연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해가지고 질문을 못 했다고 한다"면서도 "여러분의 질문에 기대서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도 좀 드렸으니까 말이 너무 길어진 거에 대해서 너무 고까워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기자회견이라고 하는 게 여러분 질문에 취조당하는 것은 아니니까. 저도 하고 싶은 얘기 해도 되지 않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한미정상회담 당시 한국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져 한국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평가에 대해 "현장에 여러분들이 같이 있어서 엄청나게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집안에서는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울 수도 있지만 집안을 벗어나서 집안을 지키는 일에는 잠시의 갈등, 색깔의 차이를 접어두고 일단 국익을 지켜낸단 측면에서 집안을 지키는 일은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갔을 때 여러분들이 딱 그런 모습을 보여주셔서 제가 너무 감동했다. 거기서 '우리가 한 식구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언론사가 부담하는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비용을 언급하며 "너무 비싸던데. 이번에 2000만 원 가까이 되더라", "한 몇백만 원 하는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더라"라며 "저희가 합법적 범위 내에서 고민해보겠다. 대변인에게 검토하라고 시켰다"고 했다. 강 대변인이 "검토 중"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재차 "빨리 검토하시라"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회견은 당초 1시간30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며 2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내·외신 기자 152명이 참석한 회견은 '더 나은 경제, 더 자주 소통, 더 큰 통합'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오전 10시 경 회견장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가장 앞 줄에 앉은 기자들과 일일이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회견을 시작하며 모두발언이 끝난 뒤 기자들이 박수를 치자 이 대통령은 "언론인들 박수 치기 부담스럽죠? 치지 마세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고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풀어갔다.
지난 30일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이번 기자회견 역시 대통령과 기자 간 사전 약속된 질의 응답, '약속대련'은 없었다. 2시간 30여 분간 진행된 회견에서는 △민생·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 등 세 파트로 나누어 질문을 받았고, 총 22개 질문이 나왔다. 대통령실 기자단이 각 분야별로 추린 핵심 질문 2가지 중 이 대통령이 하나를 골라 답했고, 출입기자 명함을 추첨하는 방식과 손을 든 기자를 직접 지목하는 방식을 섞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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