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 "매우 불만"…가자 협상 파국 치닫나

이스라엘 공습으로 외교 파탄…카타르 중재 역할 축소 우려로 가자 협상 후퇴 가능성↑

9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 중재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카타르를 공습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쪽 협상 책임자를 노린 이번 공격으로 휴전 협상이 또다시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9일 미 워싱턴DC 한 식당에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이 "모든 측면에서 매우 불만"이라고 밝혔다. 또 "이는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며 "인질들을 돌려 받길 원하지만 오늘 일어난 일은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해 10일 성명을 낼 예정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도 "주권 국가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이며 평화 중재를 위해 우리와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용감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카타르에 대한 일방적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공습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린 결정이지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카타르에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앞서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카타르 수도 도하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카타르 공습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독립적 작전"이었고 "이스라엘이 시작했고 수행했고 모든 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거의 2년간 지속된 가자지구 전쟁 동안 이스라엘이 휴전 중재국인 카타르를 공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 주재 미 대사관 행사 연설을 통해 이번 공습으로 "종전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마스 쪽 협상 책임자들이 미국의 휴전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모인 현장을 공습한 것은 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용이 담겼다. 인질을 한꺼번에 석방해야 한다는 이스라엘의 최근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이 제안에 인질을 돌려 보내는 대가로 이스라엘이 휴전 초기 수일 내 가자지구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이 전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며 이스라엘이 구금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천 명을 석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공습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선 양쪽 의견이 엇갈린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이스라엘 쪽은 공습 결과를 "점점 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목표 제거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 위원인 수하일 알힌디는 이스라엘이 목표로 한 하마스 고위 간부들이 공격에서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다만 이번 공격으로 알하야의 아들을 포함해 조직원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카타르 쪽은 공격으로 자국 보안군도 1명 숨졌다고 확인했다.

카타르 총리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 지역을 복구할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고 비판했다. <로이터>, <AP> 통신을 보면 알사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공격을 본 이상 현재 협상에서 지금 유효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비관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다만 "카타르는 가자지구 전쟁을 멈추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여전히 휴전 중재 의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카타르는 이 노골적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고 모든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 국제 편집자 제러미 보웬은 이번 공습으로 외교가 "파탄 났다"고 진단했다. 보웬은 이번 공격에서 이스라엘의 목표물이었던 알하야를 지난해 10월 도하에서 인터뷰했을 때 허술한 보안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만남 장소였던 낮은 빌라 내부엔 경호원 몇몇이 있을 뿐이었고 카타르 경찰이 차량 안에 있었다고 한다. 보웬은 "요점은 카타르는 안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마스 협상팀이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느껴야" 협상 진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웬은 이번 공격으로 이미 흔들리고 있던 트럼프 정부의 평화 추진 노력이 무너졌다고 지적하며 "소셜미디어에선 최근 미국 제안이 하마스 지도자를 한 곳에 모이게 해 목표물로 삼으려는 계략이었다는 추측까지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 CNN 방송의 국제문제 분석가 브렛 맥거크도 이번에 이스라엘 공습이 겨냥한 하마스 지도자들이 협상을 위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청으로 인해" 카타르 초대로 도하에 머물고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들의 소재는 비밀이 아니었으며 이스라엘의 암살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협상팀이 이곳에 있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맥거크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카타르가 중재 역할을 축소할 수 있어 인질 협상 과정이 중단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인질이 지하 깊숙한 곳에 갇혀 있어 군사 작전으로 구출이 어렵고 이들을 돌려 받을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은 국제적 비난 또한 불러일으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관련해 10일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의장국 자격으로 10일 15시(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안보리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금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카타르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로서, 정부는 동 공격으로 역내 불안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는 중동 평화를 위한 카타르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조속한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카타르 주권과 영토 통합성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이스라엘 공습을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오늘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카타르 주권을 침해하고 역내 확전 위험을 키우는" 이번 공습을 규탄하며 즉각적 휴전 및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 뒤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한 건물이 파손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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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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