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데리러 왔어요"…컨베이어에 삼켜진 미얀마 노동자 유족의 눈물

[현장] KTX 고속철로 공사 현장서 숨진 아웅민우 씨, 시공사 SK에코플랜트 앞 추모제

충남 아산 KTX 고속철로 증설 터널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고 아웅민우(37) 씨를 기리는 추모 문화제가 서울 SK에코플랜트 본사 앞에서 열렸다. SK에코플랜트는 해당 공사의 시공사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동차차별철폐네트워크 등은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라자 사옥 앞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 고 아웅민우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고인의 아내 친마이마이 씨(34) 씨가 참석한 가운데, 시민 90여 명이 함께 했다.

아웅민우 씨는 지난 1일 오후, 평택-오송 구간에 KTX 고속철도 2개선을 증설하는 공사 현장인 용와터널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그가 홀로 컨베이어벨트 점검을 하던 중 발생한 사고였다. 사고 현장엔 비상정지장치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그는 SK에코플랜트의 하청업체 LT삼보 직원이었다.

추모제는 친마이마이 씨의 인사와 함께 시작됐다. 그는 "남편을 데리러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남편은 미얀마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돌아오면 가족 여행 갈 준비도 했었다"며 "가족의 꿈이 망가졌다. 아이들의 미래에 아빠가 사라지고, 막내아들은 남편을 만난 적도 없어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애통해 했다.

친마이마이 씨는 "회사가 안전장치와 해야 할 의무를 충분히 했다면, 2인 1조로 일을 시켰다면, 긴급 상황에 스위치를 끌 수 있게끔 설치했다면, CCTV도 설치하고 잘 보고 있었다면 그날 남편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꿈을 가진 같은 인간"이라며 "그렇기에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을 다른 이는 겪지 않으면 좋겠다. 모든 노동자의 복지를 충분히 지원하고, 보호하며, 귀하게 생각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그는 "다른 이가 이런 문제를 겪지 않도록, 끝까지 여기 참여해서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아내 친마이마이 씨가 7월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라자 사옥 앞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 고 아웅민우 추모 문화제'에서 발언했다. ⓒ프레시안(손가영)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등은 16일 저녁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라자 사옥 앞에서 '미얀마 이주노동자 고 아웅민우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유족 친마이마이 씨가 첫 줄에 앉아있다.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친마이마이 씨는 이날 오전 같은 곳에서 열린 교섭요구안 및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SK에코플랜트와 정부가 책임지고 죽음의 이주화를 중단시켜라"고 외쳤다. 그는 비자 발급이 오래 지연돼 남편이 사망한 지 2주 뒤인 지난 15일에야 어렵게 입국했다.

이날 오후 유족 측과 시공사는 첫 협상을 진행했다. 유족의 위임을 받은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관계자들이 SK에코플랜트 측을 만나 △진심 어린 사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족에 대한 배·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들에게 '요구안을 검토하고, 조속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섭단의 하동현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오늘 가장 주요하게 얘기한 건, 이주노동자 죽음을 정주노동자 죽음과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유족이 한을 풀고, 엄마를 기다리는 4명의 어린 아이들 곁으로 아빠를 모시고 돌아갈 수 있도록, 이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추모제엔 쿠팡 물류센터, 문화방송(MBC), tvN, 아리셀 공장, 태안화력발전소 등에서 산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여러 명 참석했다.

대표로 추모 발언에 나선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8년 전 우리 용균이도, 지난 3월 목숨 잃은 뚜안도, 아웅민우님처럼 컨베이어벨트에 감겨 처참히 목숨을 잃었다"며 "최소한의 위험을 막을 2인 1조 작업은 없었고, 풀코드(비상정지장치)는 아예 없었다. 어찌 이리도 판박이 사고로 죽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이사장은 "그렇게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청 높여 간청했건만, 유족의 목소리는 정부에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것 같아 참으로 애탄다"며 "예전에 위험의 외주화를 문제라 했지만, 지금은 위험의 이주화가 돼,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위험 속에 일을 한다"고 우려했다.

▲킨 메이타 대표가 미얀마 이주노동자 고 아웅민우 추모 문화제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친마이마이 씨 옆을 지키던 미얀마 출신의 킨메이타 수원이주민센터장도 사람들 앞에 서서 "지난 3월 베트남 노동자 뚜안 씨가 산재사망한 후 슬픈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주노동자가 또 이런 일 당했다니 분노를 멈출 수가 없다"며 "한국에서 고인이 홀로 잊히지 않도록, 우리 센터와 한국의 많은 시민과 동료들이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3일 고인의 산재사망이 보도된 직후 그가 안치된 영안실을 찾아갔다. 진몽 스님은 친마이마이 씨를 향해 "고인의 육신은 이미 죽었지만, 불교에선 그 영혼이 49일 동안 이승에 머문다고 한다"며 "남편의 영혼이 멀리서 나를 봐주러 와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분명히 이렇게 위로하고 안아줬을 것"이라고 말을 건넸다.

이어 "어린 시절 제 아버지도 외국에서 오래 일한 이주노동자였다. 우리 가족은 매일 저녁 식사 전 아버지가 안전하게 일하고 돌아오길 기도했다"며 "이주노동자 여러분, 다치지 말고, 죽지 말고, 고국으로 돌아가서 행복하셔라"고 인사했다.

아웅민우 씨는 평소 성경을 챙겨 읽고 쉴 땐 기타를 치며 찬송가를 불렀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한국교회인권센터의 류승권 목사도 추모 발언에 나서 "성서는 우리에게 함께 사는 이방인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며 "하나님 앞에서 국적, 언어, 체류 자격은 생명의 무게를 달리하는 기준이 결코 될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고 아웅민우 추모 문화제가 열린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사옥 앞 전경.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권미정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집행위원은 "한국기업은 대체 무슨 자격을 갖췄느냐"고 거듭 물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많은 시험을 치며, 이를 위해 학원에 다니고, 나이 제한도 있으며, 건강하지 않으면 입국하지도 못한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이들만 골라 골라 '자격'이란 이름으로 비자를 발급해 주는데, 이들이 노력하는 만큼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노동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1시간가량 열린 행사가 끝난 후, 시민들은 아웅민우 씨 영정사진이 놓인 임시 추모 공간 앞에 차례로 줄을 서 국화꽃과 묵념 인사를 올렸다.

유족과 추모제 주최 단체들은 SK에코플랜트에 고인과 유족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안전대책 마련 및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에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중 처벌, 제대로 된 근로감독과 동종 사고 예방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세종충남본부,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사람이왔다 등은 유족과 함께 7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사옥 앞에서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수립, 피해자 보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이 영성사진을 들고 가운데 서 있다. ⓒ사람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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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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