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지아 사태에 "특검 때문" 음모론 연일 제기

조중동도 美 비판하는데…"무능 외교" 비판 넘어 "인권·야당탄압 메시지" 주장도

국민의힘이 미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300명이 구금된 사태에 대해 대정부 공세를 연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무능 외교'라는 비판을 넘어, 이번 이민단속이 한국 특검의 윤석열 부부 관련 수사로 인한 것이라는 음모론적 주장까지 언급됐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도 이번 사태를 두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는 가운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미국의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억류된 한국인들과 관련해 '대부분은 결국 추방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며 "국내에서는 마치 석방을 이끌어낸 것처럼 자화자찬했지만 실상은 추방이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놈 장관이 전날 영국 방문 도중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자진출국이 아닌 강제추방이라는 의미인지 단지 미국 땅을 떠난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통위 현안질의에서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환은 자진출국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들의 향후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 여부에 대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미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를 "국민을 속이고 진실을 호도한 대통령실의 기만행위가 국민적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재명 정권의 외교의 무능한 민낯", "700조를 퍼주고 돌아온 것은 결국 국민의 수갑이었다"고 맹공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한미 간 신뢰는 크게 흔들렸고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환경에도 심각한 불확실성이 드리웠다"며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신뢰 모두가 이재명 정권의 무능 외교에 직격탄을 맞았다 할 것"이라고 이번 사태 책임을 이재명 정부에 돌렸다.

송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특검이 김장환 목사를 소환통보했고 검찰에서는 손현보 목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그 결과 조지아주 현대-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비자 스테이터스에 다소 맞지 않는 점은 있지만 오랜 세월 관행적으로 우리 기술자들이 가서 계속 일해왔던 것을 전격적으로 불법체류자라고 수갑채우고 다리까지 쇠사슬로 묶어서 가는 것을 사전에 조금도 인포메이션(전달)이 없었고 그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다 그냥 잡아갔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얘기가 아니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우려를 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전날 야당에서 이같은 의혹 제기가 나오는 데 대해 "전혀 연관이 없다. 여러 정황을 보면 미 당국에서 오래 전에 이미 (단속을) 계획했던 것이 드러났다"며 "오산기지 수사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번 정상회담 때 '이해하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일축한 바 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챗gpt와 네이버 등을 통해서 자료를 찾아봤다"고 하고는 "(이번 단속은) 그간 미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주로 육가공 공장, 도축 공장 등 특정 업체에 국한됐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2020년 SK 배터리 조지아 공장에서 13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연행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수백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한꺼번에 체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국민께 소상히 밝혀야 한다. 현재 정부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이나 하고 있나"라고 했다.

앞서 장동혁 당 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것은 미국이 대한민국을 향해서 가장 강력한 형태로 표현한 외교적 불만"이라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지. 이것이 중국이나 북한과의 관계에 의한 것은 아니었는지, 또한 우리가 미군 기지에 대한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을 벌인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유감 표시가 이번 사태와 전혀 관련은 없는 것인지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할 것"이라고 했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은 이날(9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게 과연 그냥 불법체류자 단속이냐", "이분들이 중범죄자도 아닌데 발에 쇠고랑을 채우는 모습까지 상세하게 공개를 한 이런 부분을 과연 경제적인 이민정책의 관점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최고위원은 "과연 트럼프 대통령하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회담을 서두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내정치에 대해 '야당 탄압 너무 심하게 하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을 저는 했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 숙청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는 '다 해소가 됐다'고 하지만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사실 인권 문제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한 의사 표시는 굉장히 명확하게 한다"며 "우리도 사실은 그런 메시지의 일환으로 이걸 냈다면 이거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버젓이 언급된 이같은 주장은 국내 여론지형과 대비되는 것은 물론, 보수진영 내 분위기와도 맞지 않다.

이날 리얼미터 현안조사에서, 미 이민당국의 이번 구금조치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투자국에 대한 지나친 조치로 미국 트럼프 정부에 크게 실망했다'는 의견이 59.2%, '불가피한 조치로 트럼프 정부 조치를 이해한다'는 의견이 30.7%로 나타났다. (지난 8일 하루동안 18세 이상 500명 대상, 무선전화 ARS)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언론 지면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 책임보다는 미국 정부의 문제점을 더 크게 지적하고 있고, 특검 수사 때문이라는 따위의 음모론은 찾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이날자 2면에 '돈만 오고 사람은 오지말라… 美 경제·이민 정책 엇박자' 제하 기사를 배치했고, 전날도 '年100만 추방 트럼프 목표 맞추려 동맹국 공장까지 토끼몰이 단속'(2면), '공장 지으러 왔는데 범죄자 취급…격앙된 기업들 美 투자 재검토', '美, 비자 발급 안 늘려주면서 투자 압박만'(이상 3면) 등 미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중점적으로 실었다.

특히 <조선>은 전날자 사설에서 "미측의 ‘제조업 부활’ 정책에 한국 정부·기업이 호응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황망할 뿐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끊어 놓고 무자비한 체포 작전까지 벌인 것은 동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고 비판하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 경제에 기여하려는 한국에 대한 신의를 무너트린 중대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대적인 비자 단속을 벌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취업 비자 아닌 비자로 전문 인력을 미 공장 건설 현장에 파견하는 관행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짚기도 했다.

<중앙일보> 전날자 사설도 "정부가 신속히 움직여 미국 측과 협상을 타결하고, 전세기를 띄워 억류됐던 우리 근로자들을 귀국시키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이 총력 대응을 지시한 뒤 정부와 기업, 경제단체가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ESTA(전자여행허가)나 단기 상용(B1) 비자로 공장에서 일한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고 그런 점에선 우리 기업도 과거의 관행을 돌아봐야 하지만, 미 당국이 자국 비자 제도의 경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속만 강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동맹국을 상대로 한 보여주기식 단속은 한·미 동맹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며 "더구나 외국 기업의 투자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자신도 손해", "결국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도 역효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날 '韓근로자들 불체자로 전격 체포한 美… 공장은 어떻게 짓나' 제하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비자 발급 문턱은 높이는 모순적 정책을 취해 왔다"며 "투자를 독촉하면서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기업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면 어느 누가 투자할 수 있겠나"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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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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