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에서 10여 년 일하다 폐암 걸려 숨진 노동자, 최초로 순직 인정

유족 "모든 학교 급식 노동자 안전 지키는 출발점 돼야"

10여 년 간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노동자의 폐암 산재 사망이 순직으로 인정됐다. 폐암으로 숨진 13명의 급식 노동자 중 최초 사례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일 조리실무사 고 이영미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이 씨는 2000년대 초 한 초등학교에 입사한 뒤 급식실에서 일하다 2021년 9월 폐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산재 승인을 받고 휴직 상태에서 요양하다 지난해 9월 숨졌다.

고인의 아들 A씨는 3일 국회에서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실이 연 기자회견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제야 고인의 삶과 헌신이 정당하게 평가받았다는 작은 위로를 얻었다"며 "하지만 기쁨보다 큰 아쉬움이 남는다. 왜 이렇게 늦었나. 왜 살아계실 때 국가는 그 고통을 함께하지 못했나. 왜 돌아가신 뒤에도 유가족이 나서 싸워야 했나"라고 했다.

A씨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불운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다시는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도록, 반드시 제도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고인을 향한 마지막 예우이자 모든 학교급식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A씨의 지적처럼 환기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급식실에서 발암물질인 조리흄에 노출된 채 일하는 노동자의 폐암 발병은 이 씨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4월까지 175명의 급식 노동자가 폐암으로 산재 승인을 받았고, 투병 끝에 숨진 이는 13명에 달한다. 2023년 교육부가 발표한 14개 시·도교육청 급식노동자 폐암 검진 결과에서도, 4명 중 1명 꼴로 폐 이상소견을 받았다.

정인용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오늘의 순직 인정은 끝이 아니라 제도 개선의 시작이어야 한다"며 "아이들의 건강한 한 끼를 지키는 분들이 병들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그리고 만약의 경우 유가족이 뒤늦은 싸움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를 원한다"고 했다.

강경숙 의원도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사후적 조치에 머물지 말고 예방 중심의 구조적 대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범부처 차원의 학교급식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재발방지 로드맵을 공개해야 한다. 아이들의 건강한 한 끼를 책임지는 분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 강경숙 의원실과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3일 국회에서 주최한 '폐암 산재 사망 학교 급식노동자 전국 최초 순직 인정'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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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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