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 콜 떠서 폰 보다 '쾅'"…앱 이벤트 배달하다 라이더 42% 사고당했다

라이더유니온 "라이더 산재, 구조적 원인 조사하고 대책 마련해야"

배달노동자 10명 중 4명가량이 배달플랫폼사의 보상 유인에 따라 일하다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고 직전의 위험한 순간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0명 중 9명 이상이었다. 실제 사고 경험이 있는 라이더들도 직접 나서 속도만을 강조하는 배달플랫폼사의 정책이 있는 한 개개인이 조심해 사고를 막기는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를 토대로 라이더유니온은 일정 배달건수 충족, 악천후 배달 등에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가 라이더의 과속·과로를 유발해 사고를 불러온다며 법·제도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차린 산재사망 배달노동자 추모 분향소 앞에서 배달 노동자 산재 증언대회를 열고, 지난 21~25일 라이더 595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등 관련 온라인 설문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배달플랫폼사가 내건 보상 유인구조로 인해 '사고를 경험했다'는 답은 42.7%, '사고 직전의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는 답은 96.6%에 였다.

특정 조건에 따른 배달료 할증이 업무수행에 준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과속 유발 91.2% △무리한 연속 배달 78.1% △충분한 휴식 불가 69.4% 등 순이었다.

특히 기상 할증이 붙는 '폭우, 폭설 등 악천후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배달을 수행한 경험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78%가 '자주 있다'고, 20%가 '가끔 있다'고 답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실제 배달 중 사고를 경험한 라이더 127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조사도 지난 26~27일 별도 진행해 이번 보고서에 담았다.

이를 보면, 사고 당시 △'할증 적용시간이었다'는 답은 71% △'특정 시간 내 일정 배달건수를 채우는 미션을 수행 중이었다'는 답은 67.9% △'2주 400건, 일정 이상 콜 수락률 등 등급제·리워드 달성을 목표로 업무 중이었다'는 응은 51.1%였다.

사고 이후 처리 관련 설문을 보면, '산재보험 처리' 응답은 7.6%에 불과했다. 가장 흔한 대처 방식은 59.5% 응답율을 보인 '자동차보험 처리'였고, '개인이 부담했다'는 답이 16.8%로 그 뒤를 이었다.

실제 사고를 당한 라이더들도 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이들은 다른 산재사고와 마찬가지로 라이더의 불완전한 행동 역시 사고의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 라이더는 "미션이 걸린 시간 내내 콜을 못 받고 있다 막판에 콜이 몰려 정신 없이 배달하던 중 또 새 콜이 떠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보다 사고가 났다"며 "달리면서도 핸드폰을 계속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있는 상황에서 개개인이 조심해서 사고를 막기는 어렵다"고 호소했다.

2023년 10월 상대 오토바이의 역주행으로 갈비뼈가 8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밝힌 다른 라이더는 "저 역시 더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무리한 주행을 한 적이 있다"며 "우리가 무리한 주행을 하게 되는 이유는 덤핑성 무료 저가 배달경쟁과 알고리즘의 속도 압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와 증언을 토대로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라이더들의 산재사고 뒤에 놓인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구 지부장은 "배달 노동자 사망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어제도 신호를 위반한 30대 배달 노동자가 SUV 차량과 충돌해 숨졌다"며 "아마 누군가는 배달노동자 과실로 사고가 일어난 거 아니냐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상에 죽어도 되는 목숨이 있나. 죽어 마땅한 목숨이 있나"라며 "사고를 당한 라이더가 신호를 위반하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겠나. 그런데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저녁 피크 시간이었다. 프로모션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가 그렇게 질주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궁금해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구 지부장은 현재 다른 산재사망과 달리 라이더 사망사고에 대한 정부기관의 중대재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겨냥 "라이더가 당하는 사고를 교통사고로만 보면 피해, 가해를 가리고 끝난다. 그러면 사고를 막을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사고의 배경에 있는 구조적 원인을 조사는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밖에 라이더유니온지부는 이날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통한 배달 노동자 안전보건체계 구축 △국정과제로 제시된 최저보수제의 조속한 적용 △위험운전·과로 등을 야기하는 배달플랫폼사의 과도한 보상 유인 제한 △배달종사자 안전회의 구축 △배달노동자 유상보험·안전교육 등 의무화 △배달플랫폼사·배달대행사 등록제 시행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배달노동자 분향소에서 배달노동자 산재 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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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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