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특위'가 전북에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새만금 빅픽처 다시 그리겠다"던 한덕수 전 총리의 '발언' 다른 의도는 없었나 살펴야

한덕수 전 총리의 '거짓말'이 연일 화제다. 한 전 총리는 그동안 계엄 선포문에 대해 “계엄해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선포문이) 양복 뒷 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해왔다.

당시에는 그렇다면 친절하게도 한 전 총리의 양복 안 주머니도 아닌 뒷주머니에 계엄 선포문을 넣어 준 사람은 누굴까?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하지만 지난 19일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고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진술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한 셈이다.

2023년 8월 8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막을 내린 지 20여 일이 지난 8월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새만금 SOC 예산을 당초 부처 반영액(6626억원)에서 무려 78%나 삭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부 심사 단계에서 5147억 원이 잘려 나간 것이다.

정부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국책사업인 새만금 관련 SOC 예산이 5000억 원이 훨씬 넘게 삭감된 것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다수의 언론 보도에서도 "사상 유례 없는 대폭 삭감"으로 표현됐다.

2024년 국가 R&D 예산이 26조5천억 원으로 2023년에 비해 4조 6천억원 가량 삭감됐는데 14.7%가 삭감된 것이었다.

전북도의회 김성수의원(더불어민주당, 고창군 1)은 그 해 9월 13일 열린 제40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도 정부예산안에 새만금 SOC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과 관련해 "기재부의 행정행위가 위법 소지가 많다며 감사원의 감사"를 건의했다.

김 의원은 "기재부의 예산 폭력은 잼버리 파행에 따른 감정적 대처이자, 기재부가 정한 예산관련 각종지침을 스스로 위반한 행정이라 할 수 있고, 24년 정부예산액과 전국 SOC분야 예산이 증가한 상황에서 유독 새만금 기반시설 예산만을 터무니 없이 삭감한 것은 새만금사업법 제19조에 규정된 새만금 기반시설 우선지원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위법적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8월 29일에 발표한 설명자료는 ‘예산보복’ 논란에 기름을 부었는데 “새만금 잼버리 행사 이후 새만금 SOC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바, 당일부터 공항, 철도, 도로 등 새만금 SOC사업의 필요성, 타당성, 균형발전정책 효과성 등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체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누구도 상상 못한 대폭적인 예산삭감에 이어 곧바로 적정성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한 전 총리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 새만금 개발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한덕수 전 총리는 이와 관련해 "기존 계획을 뛰어넘어 전북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새만금 빅피처’를 다시 그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 밖에 한 게 없었다.

그러나 '잼버리 대회의 파행 종료 이후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설명은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예산 삭감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했다.

전북도민을 비롯한 정치권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에 떠 넘기는 '예산보복'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전북도의원 14명은 그해 9월 5일 “전북도를 향한 잼버리 파행 책임 공세가 도를 넘더니 급기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예산폭력이 자행됐다”며 집단 삭발을 하고 릴레이 단식에 들어갔다.

33년을 끌어오던 새만금사업이 국가예산의 안정적인 배정으로 개발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되던 당시, 잼버리대회 파행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또다시 표류하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전북도민 5000여 명은 11월 7일, 국회의사당 앞으로 상경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대폭 삭감된 새만금 사업 예산의 정상화를 요구하며 '전북인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궐기대회에 참석해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사업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말하면서 "새만금 예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싸움을 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그 해 11월 8일 새만금 국가산단 조기매립 착공식에 참석해 "새만금 사업은 우리나라 최대의 국책 사업으로, 정부는 새만금의 성공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전북 경제에 활력소 되도록 '빅픽처'를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 주고 약주는 행태'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4개월 여 라는 긴 시간이 흐른 그해 12월 20일, 여야는 무려 5000 억 원 이상 삭감됐던 2024년 새만금 SOC 예산을 0.3조 원 증액(?)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 등은 이날 국회에서 예산안 합의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활동과 민간투자 유치를 지원할 수 있도록 새만금 관련 예산을 0.3조 원 증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북 도민들은 "이게 무슨 증액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것도 삭감액의 절반을 겨우 웃도는 3000억 원을 복원시키면서 전북 도민들이 헷갈리게 0.3조 원이라고 표현하냐?"며 특히 전북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무력함을 비판했다.

당초 정부 부처는 6626억 원의 새만금 SOC 예산을 요구했으나 기재부의 칼질로 5147억 원이 삭감돼 1479억 원으로 축소됐는데, 전액 복원도 아닌 3000억 원을 복원시키면서 무슨 호들갑이냐고 따진 것이다.

21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가 전북에서 첫 번째 할 일이 있다면 당시 새만금잼버리대회 파행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 안고 '국가예산도둑'으로 몰리며 수모를 겪은 전북도민들에게 당 차원에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또 정청래 대표가 얘기한 것처럼 “호남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이제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가 보답할 때”라고 한다면 그 해 위법했던 새만금예산의 대폭적 삭감에 대한 사례를 면밀히 살펴 보고, 새만금에 배분돼야 할 국가예산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것은 아닌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그 당시 2024년 정부 예산안이 반영됐던 다른 지역의 공항,철도,고속도로,항만 등 사업과 비교해보면 새만금사업예산이 얼마만큼 비정상적으로 삭감됐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먼저 공항 건설사업을 보면 대구경북신공항건설 사업 100억, 가덕도 신공항건설사업 5363억원,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충남서산공항은 10억 원 등 대부분 사업들이 각 부처 요구안의 100%가 반영된 것으로 확인된다.

놀라운 것은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이다.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은 부처에서 1647억 원을 요구했으나 3배 이상 많은 5363억 원이 정부예산안으로 반영됐다는 점이다.

민주당 전주을 지역구 이성윤 의원은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동학혁명과 5·18 민주화운동까지 호남은 국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앞장서 만들어왔다”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호남행복발전 특위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호남의 희생에 이제 국가가 답해야 할 때"라면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윤석열 내란에 맞서 대한민국 헌법을 회복한 것처럼 '대한민국 아픈 손가락 전북'도 회복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전북도민은 지금까지 지내온 것처럼 말에 그치는 '특별한 보상'에 앞서 '당연했던 보상'과 함께 '정상적인 복원'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이 호언장담하며 출범시킨 '호남발전특별위원회'가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위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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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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