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이 저리 가까운데 너무 멀게 느껴졌어요”…전북 청년 60명 DMZ 현장 탐방

안중근장군전주기념관 주관, 전북 2030세대 60여명 평화통일 체험

▲14일 ‘Re-Unification 2030’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전북특별자치도 2030세대 60여 명이 1박 2일간 남북 분단 현장인 군사분계선 최북단 파주와 철원 DMZ 일대를 걸었다.

안중근장군전주기념관 주관으로 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Re-Unification 2030 통일,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청년들이 DMZ 최접경지에서 분단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남북한의 아픈 역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가운 철책과 섬뜩한 지뢰 경고문이 이어지는 길, 범람한 사천강과 폭우에 잠긴 북측 논, 총탄 자국이 남은 콘크리트 건물까지 <프레시안>은 60여명의 참가자들과 1박 2일 동안 남북 분단 현장을 따라 걸으며 그동안 뉴스와 교과서로만 접하던 현장에서 현실을 직접 마주했다.

▲호로고루성 앞 통일바라기 꽃밭 ⓒ프레시안

1일차 일정은 파주 임진각과 평화누리공원에 이어 민간인 통제구역 북단에 자리한 통일촌, 제3땅굴, 도라전망대 등을 찾았다.

1970년대 조성된 통일촌 마을 입구 곳곳에는 ‘지뢰 조심’ 문구가 적혀 있고 철책이 시야를 막았으나 주민들은 대문조차 없는 집에서 살고 있었다. 해설사는 “도둑이 없어 집집마다 대문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사적 긴장 속 주민들의 일상은 오히려 평화로워 보였다.

이곳에서 통일촌마을박물관을 운영하는 민태승(85) 관장은 이곳이 원래 고향이었으나 전쟁 후 군사지역으로 지정되며 피난해야 했고 20여 년 만에 돌아왔다고 한다.

▲민태승 통일촌마을박물관 관장 ⓒ프레시안

그는 "통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젊은 세대가 북한을 직접 보고 알고 느낄 기회만 생긴다면 생각은 바뀔 것"이라며 “요즘 세대들이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말도 있지만 이번처럼 청년들이 와서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는 것 자체가 큰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이 어렵다면 적어도 대화의 길은 열려야 한다"며 "이산가족들이 눈앞의 고향 땅을 바라보면서도 가지 못하는 현실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오늘 이곳을 찾은 청년들이 평화의 전사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후 일행은 제3땅굴로 이동했다. 1978년 발견된 이 남침용 땅굴은 내부가 낮고 좁아 숨쉬기가 쉽지 않았다. 참가자 홍성원(35)씨는 “당시 북한군이 어떻게 이 땅굴을 팠는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 도라전망대에서 참가자가 망원경으로 북측 개성 방향을 보고 있다. ⓒ프레시안

임진강과 사천강이 합류하는 도라산 전망대에서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몇 km 앞에 개성 시가지가 보였지만 폭우로 사천강이 범람해 북측 논이 물에 잠긴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5년 근무 경력 해설사도 “이런 물난리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북한 지역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참가자 조아라(35)씨는 “뉴스에서 듣던 분단의 현실을 몸으로 실감했다. 북한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서로 다르게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고 안 믿겨진다"며 “앞으로 통일에 대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순왕릉에서 만난 해설사는 인상 깊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경순왕은 나라를 잃고도 고향에 묻히지 못했다. 나라를 잃으면 고향에도 묻히지 못한다"며 "역사를 모르면 뿌리를 모르는 것이다. 전쟁은 총칼로만 나는 게 아니다. 정보, 문화, 의식의 전쟁이다. 여러분이 이렇게 와 있는 것 자체가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박2일간 동행한 양승진 해설사가 북제조 날짜와 유통기한이 없는 이유에 대해 '너무 귀해 받자마자 먹어서'라고 농담하며 보여준 북한 과자 ⓒ프레시안

2일차에는 철원의 두루미 평화타운, 제2땅굴, 철원 평화전망대, 월정리역, 철원 노동당사, 백마고지 전적지 등 분단과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들을 방문했다.

제2땅굴은 1975년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로 지하 50~160m 깊이에 총 길이 약 3.5km에 달했으며 좁고 축축한 관람로를 따라 걷는 동안 당시 남북 간 긴장 상태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백마고지 전적지에서는 현역인 이기현 일병이 직접 해설했고 기념비 앞에서 참가자들은 잠시 묵념하며 희생을 기렸다.

▲호로고루성 성곽 터 오른 참가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프레시안

참가자 이경이(23)씨은 “통일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번 탐방을 통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경(19)양은 “나도 통일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어린 청년도 통일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해단식에서 참가자들은 ‘평화전사 인증서’를 받으며 겨레의 통일 일꾼이자 평화를 위해 지혜를 모으자는 다짐으로 이틀간의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이기현 일병이 해설하고 있다. ⓒ프레시안

한편 주최측은 참가자 60여 명을 대상으로 '통일 시 가장 걱정되는 요소가 무엇이냐'는 설문을 진행했고 이 중 46명이 응답에 참여했으며 ‘남북간 경제 격차’와 ‘서로 간 신뢰 부족’이 똑같이 21표씩을 받았다.

‘교육 격차’를 걱정하는 응답도 4표 있었으며 통일 자체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프로그램을 이끈 고혜선 안중근장군전주기념관 관장은 “이번 여정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나라를 새기는 길이었다"며 "광복절 아침을 함께 맞이했던 그 마음이 앞으로도 변치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하늘

전북취재본부 김하늘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