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또 "배신자" 야유…탄핵 찬반 진영간 설전도

'입장 제지' 전한길, 유튜브로 여론전…"좋은 지도부 뽑혀 윤석열 명예 회복되길"

전한길 씨 논란으로 한 차례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분위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권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탄핵 반대파(반탄)' 지지자들은 '탄핵 찬성파(찬탄)' 전당대회 후보들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 등 거친 반응을 보였다.

합동연설회는 시작부터 극한 대립의 상황이었다. 사회자는 이례적으로 "행사장의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분에게는 행사장 퇴장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모든 후보들은 '경쟁 후보를 비방하고 모함하는 일체의 비윤리적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겠다'는 내용의 공정경쟁 준수 서약을 했다.

하지만 장내 분위기는 차분해지지 않았다. 지난 8일 대구·경북권 합동연설회에서 소란을 피운 전 씨는 당 지도부의 제지로 이날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일부 지지자들이 전 씨의 입장을 대변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연단에 오르자 항의가 터져나왔다. 순간 멈칫한 송 비대위원장은 "역시 부울경 당원들이 활기 넘치고, 열정이 가득찬 것 같다"며 애써 넘겼지만 계속되는 항의 소리에 "여러분이 분노를 터뜨려야 할 부분은 이재명 정권"이라고 대응했다.

'반탄파' 후보들은 격양된 당원들의 감정을 부추기며 표심 호소에 이용했다. 특히 전날 내란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진술한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주요 공세 대상이 됐다.

김문수 당 대표 후보는 조 후보를 향해 "내란특검에 동조하면서 우리 당을 내란동조세력이라고 내부 총질해선 안 된다"며 "미국 우방 세력과 손잡고 다 함께 이재명 독재를 끝장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발언했다.

장동혁 당 대표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을 두고 "헌법기관인 사법부를 장악하고 검찰을 해체하는 것은 법의 지배를 가장한 계엄이다.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사법부를 겁박해서 5개의 재판을 멈춰 세운 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해산하고, 민주당을 앞세워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이재명을 반드시 탄핵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는 "대선이 지나고도 우리는 내부투쟁 중이다. 아직도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라며 조 후보를 겨냥해 "우리 당을 내란동조정당으로 만들어서 말살하려는 그 특검인데, 우리 당 보고 내란동조세력이 있다고 하면 이게 바로 내부 총질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김 후보는 "내부 총질을 절대 용서하지 말자"고 힘주어 말했다.

신동욱 최고위원 후보도 조 후보를 겨냥, "특검 앞에 나가서 우리 동지의 등에 화살을 쏘는, 칼을 꽂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그런 불순한 세력을 척결하는 전당대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손범규, 최수진 최고위원 후보 역시 "내부 총질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홍준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우리가 만든 대통령의 탄핵의 문을 열어준 세력들이 내부 총질로 당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당을 분열시키고, 일진 놀이하는 정치세력 때문에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격양된 강성 당원들, '찬탄파' 수난시대

'찬탄파', '쇄신파'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당원들의 야유와 비방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찬탄파인 조경태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격양된 당원들의 고함이 뒤엉켰다. 조 후보는 '조용히 해달라'는 의미로 손짓을 했지만 항의는 이어졌고 사회자가 개입하는 상황까지 왔다.

어렵게 연설을 시작한 조 후보는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의힘 당원을 배신한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고 외쳤다. 그는 "당은 아직까지 탄핵을 반대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윤석열 어게인'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드시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이런 해당 행위를 하는 훼방꾼들을 몰아내지 않고서는 국민의힘에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가장 강력한 인적 쇄신을 해내겠다"고 공약했다.

전한길 씨로부터 "배신자" 공세 대상이 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역시 연설 시작을 위해 장내가 조용해지길 기다려야 했다. 일부 당원은 김 후보를 향해 "배신자"라고 소리쳤다. 김 후보는 "배신자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데는 조폭 집단"이라며 "우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와 의리를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안철수 당 대표 후보는 전 씨를 저격하며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난동을 부렸다"고 빗댔다. 안 후보는 "지금 국민의힘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계엄에 찬성하고, 윤어게인을 신봉하는, 한 줌의 극단 세력에 빌붙어서 구차하게 표를 구걸하고 있다"며 "보수정당의 근본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당권 주자들의 기싸움은 무대 밖에서도 이어졌다. 김문수 후보는 인적 쇄신을 공언한 조 후보를 두고 "말씀이 좀 과도한 점이 많다. 민주당보다 더 과하다면 우리 당에서 허용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조 후보는 "바른말 하는 게 어떻게 내부 총질이냐"고 응수했다.

한편 합동연설회 입장을 제지당한 전 씨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했다. 전 씨는 방송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전한길에 대해 입장 금지 조치해 들어갈 수 없다. 조금 억울한 면도 있지만, 평당원으로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지도부 결정을 수용한다"며 "좋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뽑혀서 무너지고 분열돼 있는 국민의힘을 다시 살리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아 다시 수권 정당이 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회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장동혁, 안철수, 김문수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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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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