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에 해명 기회 준 국민의힘…긴급개최 윤리위·선관위 모두 빈손

윤리위, 14일 회의 열어 전한길 입장 듣기로…당내 출당·제명 요구 이어져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소란을 일으킨 전한길 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11일 논의했으나 결론 내지 못했다. 윤리위는 전 씨에게 소명 기회를 준 뒤 오는 14일 회의를 다시 열어 징계 여부를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여상원 당 중앙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전 씨에 대해) 징계 개시 요건은 된다고 봤다. 그래서 개시 결정을 윤리위원 의결로 했다"면서도 "오늘 결과를 낼 수는 없는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여 윤리위원장은 "징계 개시를 결정하면 당사자한테 서면으로 소명 자료 제출과 필요하다면 본인이 윤리위에 출석해서 자기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문을 서면으로 보낸다. 그걸 오늘 오후에 전 씨에게 보내기로 했다"며 "한 2~3일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12일 열리는 부산·울산·경남권 합동연설회에도 전 씨가 참석을 예고한 만큼,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이르면 이날 중 윤리위 차원의 빠른 징계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윤리위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회의를 개최해 전 씨가 출석할 경우 소명을 듣고, 출석하지 않을 경우 취합된 자료를 바탕으로 징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전 씨의 행위가 당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면 가장 높은 제명부터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 등 수준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여 위원장은 "그날(14일) 반드시 징계 결과가 나올 거라고 100%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개인 의견으로는 (징계 수위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규에 따라 징계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한 경우 윤리위 재적위원 과반수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음에도, 전 씨에게 소명 절차를 주기로 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여 위원장은 "전 씨가 특별대우를 받아선 안 되지만, 다른 당원이나 어떤 징계 대상자보다도 불리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전당대회 대구·경북 권역 합동연설회 행사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후보들을 향해 야유를 퍼붓고, "배신자" 구호를 연호하도록 유도하며 당원들을 선동한 전 씨에 대해 9일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당규에 의거해 조속히 결론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전 씨에게 소명기회를 주는 것까지 생략할 순 없다는 게 윤리위의 입장이다.

전 씨 징계 개시 결정을 두고 윤리위 내 이견은 없었냐는 물음에 여 위원장은 "이견이 조금 있어서 토론했다"며 "전 씨의 상징적 의미를 볼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만장일치로 징계 개시를 했다"고 답했다.

윤리위는 대구·경북권 합동연설회 당시 언론인용 비표를 받아 '기자' 자격으로 행사장에 입장한 전 씨가 "발언할 권한이 없는 사람"임에도 폭력적인 표현으로 행사 진행을 방해한 점 등에 해당 행위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출입기자가 아닌 전 씨가 언론인용 비표를 수령한 과정 등에 대해 살피고, 전 씨의 "장내 질서문란 행위"에 관한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다만 재발 방지 수준 외에 실질적인 사후 조치는 선관위 선에서 발표되지 않았다.

함인경 선관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앞으로 장내 질서문란 행위가 발생할 경우 선관위 차원에서 엄중히 경고 조치하는 걸로 의결했다"며 "큰 소란을 벌인다든지, 다른 후보들이 발언할 때 시끄럽게 방해하는 행위가 질서문란 행위"라고 전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전 씨는 지난 8일 다른 언론사에 배포된 취재진 비표를 이용해 행사장에 입장했다고 한다. 책임당원이 아닌 전 씨가 입장 자격을 얻기 위해 취재진 행세를 한 것인데, 애초에 전 씨는 전당대회 취재 자격을 얻은 적이 없었고 다른 언론사 비표를 마음대로 사용한 것이다.

다만 전 씨의 잘못된 비표 이용 행위에 대해 선관위 차원에서 징계를 권유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함 대변인은 "재발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단은 경고하는 차원으로 얘기했다"고만 했다. 전 씨에게 직접 경고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전 씨가 당장 내일 전당대회 행사장 인근에 나타나 소란을 피울 경우 이를 당 차원에서 제지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정점식 사무총장은 "행사장 밖에서 일반 국민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범죄가 이뤄져 범죄 행위가 됐으면 경찰이 관여할 문제"라고 했다. 전 씨에게 비표를 준 언론사를 찾아내 조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능하겠나"라고 되물었다.

한편 당내에선 전 씨 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파를 불문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친윤계 김대식 비대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당에 해를 끼치고 앞으로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이것은 징계뿐만 아니라 출당 조치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 씨의 주요 공세 대상이 된 친한계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SBS 라디오에서 "전 씨는 공공연한 난동을 부렸기 때문에 이참에 이분을 상징적으로 출당 조치하는 강력한 조치를 지도부 차원에서 취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차원에서 당은 계엄 옹호 세력과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전한길 씨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중앙윤리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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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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