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 중단한 납북자 가족 모임 "남북 대화 잘 돼야 납북자 문제 풀린다"

"생사 확인만이라도" 무릎 꿇으며 눈물 흘린 납북자 가족에 정동영 "이념과 체제가 뭐길래…해결에 최선 다할 것"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난 납북자 가족들이 비밀리에 만나더라도 북측과 접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남편이 납북됐던 납북자 가족은 정 장관에게 무릎을 꿇으며 생사 확인이라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 장관과 만남을 가진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잠깐 제가 울컥했다. (통일부) 차관, 장관 전화 받고 제가 (대북 전단 살포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떠들 것만 아니고 남북 대화를 하게끔 지원을 해야겠다"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소식지를 만들어 북으로 보냈으나, 이후 정 장관뿐만 아니라 김남중 통일부 차관 등이 나서서 전단 살포 중지를 요청하자 7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가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데에는 정 장관을 비롯한 이재명 정부 외교 안보 인사들의 면면이 영향을 미쳤다. 최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를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고 했는데 정 장관과 김 차관 등이 모두 노무현 정부 때 납북자 문제에 힘쓴 인사였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최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전후납북자법이 만들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당시 국방) 위원장을 만날 때 우리 문제를 거론했다"며 "노무현 정부에서 납북자 문제를 18번을 북한에 제기했다.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서 세 번씩 했다. 18 대 3"이라고 지적해 노무현 정부에서 이 문제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보수단체에 가서도 두 번 강연했다. 전단지 왜 포기하냐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제 말을 듣고 다 호응해줬다. 남북 대화가 잘 돼야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 포로가 풀리지, 폭탄이 왔다 갔다 하면 쓰겠나? 대책을 세워야지"라며 "장관님이 많은 권한을 가지고 남북 대화에 임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및 관계자들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만남을 가졌다. ⓒ통일부

그는 일본 납북자 문제와 자신들의 문제를 연계시키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는 평양에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실시했는데, 이 때 납북자 문제를 제기했고 김 위원장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이후 북한은 일본이 주장하는 납북 피해자 17명의 명단에 대해 5명이 생존해있고 8명이 사망했으며 4명은 북한에 들어온 바 없다는 결과를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납치 당시 13살이었던 요코다 메구미를 비롯한 사망자 유골의 진위를 문제 삼으며 북한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북일 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끝내 북한은 납치자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납치자 문제가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는데,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당시 관방장관이 북한을 공격하면서 유력 정치인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최 이사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납치 사실을 시인했을 때 우리 정부도 호응을 해줬어야 했다"며 "아베가 김정일 위원장의 납치 사과를 이렇게 뒤집어 놔서 우리 문제가 안 풀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일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우리 문제도 해결 못하는 정부가 어떻게 일본 납북자를 해결하나? 그걸 본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우리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김정은은) 자기 아버지가 사과를 하고 (유골도) 다 보냈는데 일본은 유해를 가짜라고 했다"며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과 함께 공조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장은 "지금이라도 우리는 일본한테 납치 문제 해결해 준다고 하면 안 된다. 그냥 우리 문제 해결한다고 하면 된다"며 정 장관에게 "국군포로, 납북자 이런 표현 자체도 싫어하는 북한에 우리 정동영 장관이 특사로 가셔서 예전에 김정일 만나서 이야기했듯이 김 위원장을 만나 김정일이 사과한 부분에 대해 우리가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2005년 6월 통일부 장관 재직 시절 북한에 특사로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150분간 독대한 바 있다.

남편이 납북된지 40년이 넘어간다는 김태주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고문은 "팔순이 다 돼가는데 생사 확인도 못하고 있다.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도와달라"라며 정 장관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 장관은 "비극이다. 이념과 체제가 뭐길래 이런 인륜 천륜을 끊어놓고"라며 "그 심정을 어떻게 저희가 다 헤아리겠습니까마는 납북자 문제 진전이 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김 고문을 위로했다.

정 장관은 "납북자 가족분들의 이런 애끓는 인간적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다시 대화의 끈이 이어지고 대화의 문은 열려야 하고, 통일부가 하고자 하는 일이나 회장님과 납북자 단체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손잡고 그런 고통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지난 7월 최 이사장이 전단 살포를 중단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한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및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진 정동영(왼쪽) 통일부 장관이 김태주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고문을 위로하고 있다. ⓒ통일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