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리박스쿨 협력단체, 대전·세종 이어 서울 청소년성교육까지 장악 시도

넥스트클럽,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공모 지원…'리박스쿨 연루' 비판에도 서울시는 심사 강행

리박스쿨이 주관한 돌봄지도사 양성 과정에 참여한 보수 개신교 성향 단체 '넥스트클럽사회적협동조합'(넥스트클럽)이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공모에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공모가 기존 위탁기관과의 2파전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넥스트클럽이 선정될 경우 대전과 세종에 이어 서울시 청소년 성교육까지 보수 개신교 세력에 장악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박스쿨과 협력, 혼전순결 강조, 허위광고까지 한 '대전판 리박스쿨'

6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운영 지원 단체 명단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넥스트클럽은 지난달 29일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운영에 지원했다. 현재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A 재단을 제외하면 이번 공모에 새롭게 지원한 단체는 넥스트클럽이 유일하다.

대전과 세종에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넥스트클럽은 청소년들에게 극우 개신교 사상을 전파하며 여론 조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판을 받는 리박스쿨과 협력해 왔다.

넥스트클럽은 지난해 1월 손 대표가 당시 이사장을 맡았던 글로리사회적협동조합의 늘봄학교 사업 공모 제안서에 협력단체로 참여한 바 있다. 넥스트클럽의 대표를 맡고 있는 남승제 주가사랑하는교회 목사는 지난 2023년 늘봄학교 정책 지지단체인 '함께행복교육봉사단'에 참여해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과 함께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또 넥스트클럽이 수탁 운영하는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의 정규영 대표는 올해 1월 리박스쿨이 주관한 늘봄학교 강사 양성 과정에 교수진으로 참여하는 등 넥스트클럽과 리박스쿨은 꾸준히 접점을 늘려왔다.

넥스트클럽 측은 지난 2019년 성교육 현장에서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성으로서 성품을 갖춰야 한다"고 하거나 혼전순결을 강조하는 등 성차별적이거나 혐오적인 내용을 가르쳐온 것으로 알려져 '대전판 리박스쿨'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특히 남 목사는 반동성애 진영에서 활동하며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등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그는 2018년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보호 강화를 다루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을 폐기하라며 보수 개신교인 30여 명과 청와대 앞에 모여 '성평등 결사반대', '차별금지법 결사반대' 등의 문구를 혈서로 쓰기도 했다.

성교육 강사 양성과정에서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교육전문기관이라는 허위 광고를 해온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넥스트클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여성가족부와 교육부의 민간전문 기관으로 선정됐다는 홍보물을 배포했으나, 실제로는 여성가족부의 인가만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확인 결과 넥스트클럽은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기관과 협약을 맺고 운영해 온 단체"라며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남승제 넥스트클럽사회적협동조합 대표가 2021년 10월 24일 한 교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를 하고 있다.ⓒ유튜브 갈무리

서울시, 리박스쿨 연루 비판에도 심사 강행…성교육 퇴보·리박스쿨 사태 재발 우려 나와

리박스쿨과의 협력을 비롯해 성차별, 동성애 반대, 허위광고 등 여러 논란 지점이 있음에도 서울시는 넥스트클럽을 심사에서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넥스트클럽의 경우 서울시가 규정한 수탁법인 자격요건에 해당되는 기관"이라며 "리박스쿨과 연관이 있다 하더라도 심사에서 배제할 만큼 중대한 하자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도 계속 (넥스트클럽에) 수탁하고 있는 상태라는 건 결격 사유가 없으니까 (그런 것)"이라며 "법과 규정, 지침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문제가 있다고 추정되거나 조사를)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는 넥스트클럽이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을 맡을 경우 정치적·교육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프레시안>에 "넥스트클럽이 말하는 '성품 성교육'은 혼전순결을 강조하거나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교육"이라며 "넥스트클럽이 시립성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전에서는 학생들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물론 교사와 양육자들도 이상한 점을 알고 다른 민간기관을 찾아다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리박스쿨 연관단체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수료했거나 자격증을 발급받은 강사들이 대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박스쿨과 협력단체인) 넥스트클럽이 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를 운영하면서 학교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통로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며 "넥스트클럽이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위탁하면 대전 사례처럼 리박스쿨 계열의 정치교육이 학교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 목사는 리박스쿨과의 연관성 등 넥스트클럽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오는 13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운영 심사·선정을 마친 뒤 14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단체 회원들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극우세력의 학교 침투 발본색원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리박스쿨의 유착관계 조사, 늘봄학교 프로그램 실태조사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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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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