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8.22 전당대회 예비경선 진출자 명단이 발표되면서 전대 선거전이 본격 시작됐다. 당 지도부는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 전대"(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라고 의미 부여에 나섰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김문수·장동혁 후보 등이 전한길 씨 입당 논란과 관련 '당 극우화'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가운데라 '혁신 전대' 선언이 공허해 보인다는 평이 많다.
국민의힘은 1일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 후보 5명, 최고위원 후보 11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을 확정했다. 당 대표 후보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국회의원(성명 가나다순)으로, 후보등록을 한 전원이 예비경선 대상이 됐다.
예비경선은 오는 5~6일 당원투표 50%, 여론조사 50%로 치러지며 당 대표 후보 5명 중 1명이 탈락하고 4명이 본선을 치른다.
최고위원 후보는 신청자 15명 가운데 4명이 탈락하고 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장영하·최수진·함운경·홍석준 후보가 예비경선 진출자가 됐다. 이들 같은 방식으로 예비경선을 치러 본경선 후보를 8인으로 압축한다.
강성현·김소연·류여해·황시혁 후보는 선관위 자격심사에서 탈락했다. 선관위는 이들 4인의 탈락 이유에 대해 "당헌당규 부적격 기준을 따랐다"(함인경 대변인)라고만 밝혔다.
이들 가운데 김소연 후보는 12.3 비상계엄 선포를 "구국의 결단"이라며 "적극 지지한다"고 하거나 "비상계엄은 비상계몽"이라는 주장을 SNS를 통해 했고, 류여해 후보도 탄핵 반대 주장을 펴왔다. 특히 현재 공천개입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 수사를 받는 명태균 씨가 "제 변호를 돕는 김소연 변호사를 최고위원으로 만들어달라", "제 벗인 류여해 전 최고위원에게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는 글을 최근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는데, 이들의 컷오프에는 이같은 사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년최고위원 후보 4인(박홍준·손수조·우재준·최우성)은 예비경선 없이 바로 본경선에 진출한다.

앞서 송언석 원내대표 겸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부터 전당대회가 본격 시작된다"며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 전대이다. 모든 후보자들께서 당의 혁신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 경쟁을 벌여달라"고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특히 "이제 우리 당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없다. 더 이상 전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소모적이고 자해적인 행위는 멈춰달라",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 과거의 아픈 상처를 소환하는 과거 경쟁을 중단해 달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6.3 대선 이후 당 쇄신을 주장해온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전 혁신위원장, 윤희숙 현 혁신위원장과 친한계(親한동훈계)·소장파 인사들이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과 △인적 쇄신 △계엄·탄핵 과정 등 당의 지난 과오 일체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주장해온 데 대해 거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 편으로는 최근 입당해 당원자격 논란을 빚고 있는 전한길 씨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을 각 당권주자들에게 묻겠다고 한 데 대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송 위원장은 "아울러 동료 의원이나 당원을 상대로 '당에서 나가라'고 요구하는 등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는 같은 당의 동지이다. 동지들끼리 서로 낙인찍고 굴레를 씌워 비난하기보다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모으는 통합과 단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탄핵반대파 진영의 장동혁 후보가 최근 친한계를 겨냥해 '나를 극우라고 하는데 그러면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을 떠나라'고 한 데 대한 경고이기도 하지만, 역시 당 쇄신파들의 인적 청산 주장에도 마찬가지로 선을 그은 의미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송 위원장의 '혁신 전대' 선언이나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탄핵 찬반 진영 간의 대결로 흘러갈 조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장동혁 후보는 전날 전한길 씨를 포함한 우익 유튜버들과 대담을 하면서 "당 대표가 되면 윤 전 대통령 면회를 하러 가겠다"고 했고, 김문수 후보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한길이 왜 극우냐"며 그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도 김민수 후보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이 과천 선관위 청사에 진입한 일을 두고 "과천상륙작전"이라고 주장해 당 대변인직에서 물러난 인사다.
김태우 후보는 자신의 유죄판결로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른바 '윤심 공천'을 받아 재출마했던 이로, 탄핵정국 당시 페이스북에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자", "지금 상황은 체제 전쟁이다. 물러서면 안 된다"고 썼다.
당 대표 후보 가운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이는 안철수·조경태 의원 둘뿐이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도 탄핵 반대파가 대부분이고, 이에 반대하며 당 쇄신을 주장하는 이들은 김근식·양향자·함운경 후보 등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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