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찬대·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나란히 '사회적 공감대'를 이유로 보류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갈등요소가 많은 의제"라며 보류 입장을 밝혔는데, 당권 주자들도 이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지난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에서 전당대회 전 마지막 TV토론을 가진 두 후보는, 사회자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같은 취지로 답변했다. 먼저 정 후보는 "취지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해결할 과제가 너무 많다", "매우 민감하고 복잡하다"며 제정 유보 입장을 보였다.
정 후보는 이어 "이 법은 시간을 두고 설득하면서 갈 법"이라며 "갑작스럽게 이 법을 처리하기엔 현실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여론 환기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지만, '여론 환기'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국회 및 당의 역할을 주문하진 않았다.
정 후보는 이 과정에서 "종교 관계에 있어서 강력한 저항이 있다"는 등 개신교 측 '차별금지법 반대' 기조를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시민사회에선 한국 개신교 우파 계열의 '성소수자 혐오'가 국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보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오랜 시간 지적해온 바 있다. (☞ 관련기사 : '사회적 합의' 부족하다는 차별금지법, 정작 '합의' 안 되는 이유는?)
박 후보 또한 마찬가지의 입장으로 일관했다. 박 후보는 같은 질문에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서 국민 공감대를 이뤄야 하는 대상"이라며 "지금은 내란을 극복하고 국민주권정부가 세워졌는데, (먼저) 경제위기에 대응하고 내란종식을 신속하게 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선 이 대통령이 같은 질문에 대해 "일단 민생과 경제, 이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는데, 이를 반복한 것.
박 후보는 이어 "대통령께서 이런 의제에 대해서 국회가 사회적 토론의 역할을 맡아 달라고 주문한 부분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후보 역시 '사회적 합의'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비전을 제시하진 않았다. 현재 국회에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처음 발의된 2007년 이래로 무려 18년째 관련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정 후보와 박 후보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정치권 관심이 모이고 있는 '조국 사면' 건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에 대한 사면을 건의할 것인가' 묻는 질문이 나오자, 두 후보 모두 개인적 의견을 내지 않고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조한 것.
정 후보는 "조 전 대표가 어려웠을 때 저는 서초동에서 무대에 올라가서 조국을 옹호하고 동지적 관점에서 그에게 많은 응원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책임 있는 무거운 직책이 될 수도 있는 당 대표로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의 특수하고 고유한 권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 대통령께서 어련히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도 했다.
박 후보 또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며 "우리가 개인 자격도 아니고 당대표를 놓고 후보자 자격으로 나왔는데 미리 당에서 사면권과 관련된 부분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도 두 후보의 답변이 같았다. 정 후보는 "당연히 초청해야 한다. 올지 안 올지는 따지지 않고, 인내력을 가지고 남북관계는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도 "남북관계는 마음 속에 있는 38선부터 낮춰야 한다"며 "올지 안 올지는 북이 판단하겠지만 일단 초청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 당원 주권 강화 의제인 '대의원 1인 1표제' 실시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약소하게나마 갈렸다. 정 후보가 "민주당을 당원 주권 시대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이 저의 강력한 주장"이라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표에 가중치를 주는 것은 없애고 (대의원과 권리당원 모두) 1인 1표 시대를 열어야 된다"고 주장했는데, 박 후보가 이에 대해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것.
박 후보는 "대의원의 1표와 당원의 1표가 '1 대 1'로 수렴되는 것은 우리 민주당의 지향이고 방향"이라면서도 "문제는 속도와 시기"라며 "어느 단계의 절차를 거쳐서 갈 것인가, 그 부분에 있어서만 당원들의 목소리, 국회의원들의 목소리, 대의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서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정 후보는 "속도와 시기를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지금 당장은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며 "저는 당대표가 되면 당장 실시할 것"이라고 차별점을 뒀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과 관련, 관세·비관세 등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분야 문제를 묶어서 협상하는 '패키지 딜' 전략이 알려진 데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개적인 의견을 재차 표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후보는 방위비 분담 협상 등 외교·안보 관련 대책을 묻는 정 후보의 질문에 "방위비는 뚝심을 갖고 충분히 협상을 해야 한다. 무리한 요구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저번 토론 때에도 이야기했지만 관세, 통상 문제와 (안보를) 연결하는 패키지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안보는 안보대로 방위비는 방위비대로 통상 관세는 관세대로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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