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한의 제안에 관심 없다면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비판한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훈련이 향후 남북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면서,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8일 기자들과 만난 정 장관은 이날 오전에 나온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과거에 거친 담화에 비해서는 순화된 표현(을 썼다고) 생각이 되고 아직 남북 간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아직 불신의 벽이 높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김 부부장이 이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불신과 갈등의 이유로 언급한 데 대해 "아마도 8월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향후 남북관계에)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미 훈련에 대해 대통령에게 조정 등을 건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있다. 내일 실무 조정 회의가 열린다. 통일부, 국방부, 외교부 차관과 국정원, 안보실 차장 등이 모이는데 여기서도 이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미 훈련의 유예와 연기, 축소 중 어떤 선택지를 건의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내일 논의가 되면 방향을 이야기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8월로 잡힌 훈련이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조정하기 어렵지 않냐는 지적에 정 장관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조정은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국방부를 비롯해 내부에서 반발이 상당할 것 같다는 지적에 정 장관은 "분명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다르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의 기조도 윤석열 정부를 이어받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신중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훈련 조정을 통해 남북 간 대화 및 접촉과 관련해 북한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북한의) 관심을 끄느냐 안 끄느냐는 중요한, 첫 번째 문제는 아니다"라며 "무너진 남북 간의 신뢰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그것이 최우선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 받은 날 아침에 서울의 어떠한 제안도 받지 않겠다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보고 사기가 좀 떨어지셨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두고 보겠다는 거 아닌가?"라며 "한미다로 담화의 핵심은 냉정하게 지켜보겠다 그런 뜻"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날 장관 취임 이후 첫 번째 지시로 정책 대전환과 민간 교류 촉진 방안 마련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적대적 관계에서 벗어나 평화 공존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 제가 오늘 통일부에 부과한 숙제"라며 "정책 대전환, 조직 정상화를 말하는데 적대적 대결 노선을 폐기하고 평화 공존 정책 방안의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 정상화와 관련 정 장관은 "어제 간부들과 회의를 통해 초안을 만들어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당시) 축소한 정원은 원상 회복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폐지했던 남북 회담 사무국, 교류협력국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초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간 교류 촉진을 위한 남북교류협력법상 접촉 신고제 운영에 있어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해 온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민간접촉을 전면 허용한다는 부분이 오늘 제가 통일부에 주문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에서 신고 수리가 되지 않아도 신청자가 신고만 했으면 얼마든지 북한 측과 접촉할 수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그렇다. 허가제로 운영하지 않는다"라며 "신고만 하고 무제한 접촉하시라"라고 답했다. 정 장관은 관련 법안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장관은 유흥식 추기경의 판문점 출입이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허가되지 않는 데 대해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2주 전에 유흥식 추기경을 만났는데 바티칸에서 온 사제와 같이 판문점에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통일부를 통해 유엔사에 요청했는데 거절당했다"며 "나중에 일정이 한참 지나서는 시간을 순연해서 가능하다고 했는데, 출국 일정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유 추기경이) 이거는 영토 주권을 가진 나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추기경께서 나(본인)를 막은 것을 알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고도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추기경님이 굉장히 서운해 하셨다. 로마 교황청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해 의지를 갖고 계시고, 교황님도 의지를 갖고 계시고 그런 메시지를 추기경께서 대통령께 전하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만나는 자리에서 판문점에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는데 거절 당하면서 저도 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엔사 측은 신원 조회 등을 거쳐야 하므로 방문 48시간 전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 유 추기경의 방문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추기경 측이 방문 날짜에 임박해서 신청을 했기 때문에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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