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자동차를 포함해 대부분 물품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관세 인하 대가로 1000조원 이상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830조원 규모 미국 투자도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자동차 관세는 15%로 인하한 것이 "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8월1일 이후 더 이상 상호관세 유예는 없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 및 <AP>, <로이터>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의 회동 뒤 취재진에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히며 EU가 미국에 수출하는 대부분 상품에 15% 관세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부과된 20% 및 이후 위협했던 30%보다 낮은 것이다. 지난주 합의에 도달한 일본에 책정된 관세율과는 동일하다.
기존 관세 2.5%에 품목관세 25%가 더해져 27.5%였던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을 포함해 "대다수 수출품에 대한 관세율은 단일한 15%로 안정화됐다"고 밝혔다.
항공기, 항공기 부품, 특정 화학 제품, 특정 복제약, 반도체 장비, 특정 농산물 등 특정 전략적 물품엔 상호 무관세가 적용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와인 등 주류 부문 관세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50%)는 유지된다고 밝혔다.
관세 인하의 대가로 유럽은 7500억달러(약 1035조원) 규모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미국에 6000억달러(828조원) 규모 신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산 무기도 대규모로 구매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15% 관세가 유럽 자동차 업체들에 좋은 합의였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3년간 구입할 75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 구입 관련해선 "아직도 뒷문으로 들어오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가 너무 많다"며 러시아산 연료 의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번 거래를 통해 가장 큰 수출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됐다"면서도 15% 관세는 유럽의 "일부" 산업에 "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인정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협상 타결에 일단 안도감을 표했다.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DW)를 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7일 성명을 내 협상 타결을 통해 "우리의 근본적 이익이 보존됐다"며 특히 자동차 관세가 인하된 것을 강조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합의 도달이 "안정성을 보장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최종 판단은 "세부 내용"을 봐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선 불만이 터져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독일산업연맹(BDI) 이사회 위원인 볼프강 니더마크는 합의를 "부적절한 타협"으로 부르며 EU가 "고통스러운 관세를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EU 내에서 무역 전쟁을 피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처음부터 더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는 후회가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경제대국인 EU가 캐나다나 중국처럼 즉각적 보복 조치를 취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고통을 안기는 대신 더 나은 협상을 희망하며 고통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과의 협상 기저에 무역 외에도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중단 등 안보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고 외교관들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7일 미 폭스뉴스에 상호관세 유예 마감 시한인 8월1일 이후엔 "연장도, 유예 기간도 더 이상 없다"고 밝혔다. 그는 "8월1일에 관세가 확정되고 세관이 돈을 징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8월1일 이후에도 협상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러트닉 장관은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무역합의 타결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가 "2주 뒤"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게 EU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핵심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린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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