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국에 수백 조 투자? 일본 당국자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 서명 생각하지 않아"

러트닉 미 상무장관 "한국, 일본 합의 보며 욕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한국도 유럽만큼 협상 원해"

한미 간 관세 협상을 위한 '2+2' 협의는 불발됐지만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관련 협의를 가졌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일간 합의를 본 뒤 욕설이 나올 정도였다며 한국도 미국과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실제 합의 이행을 점검하는 과정도 미국과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엇박자를 보였다. 이에 미일 간 합의가 현실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산자부는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 워싱턴 D.C에서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러트닉 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 타결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조선과 반도체,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언급하면서, 이를 감안해 자동차 등의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부는 양측 장관이 관세 유예 기한인 8월 1일 전에 상호 호혜적 방안으로 타결한다는 데 대한 의지를 재확인 했다며, 이후 조속한 시일 내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장관은 더그 버검 미 국가에너지위원장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그레그 애벗 미 텍사스 주지사와 개별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관세 협상과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러트닉 장관은 24일 미국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유럽연합(EU)만큼 미국과 협상을 원하고 있다면서, 미일 간 합의를 본 한국에서 욕설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품이 미국으로 들어올 때 관세를 부과한다. 엔진을 들여오면 관세를 내고, 부품을 들여오면 관세를 낸다. 따라서 부품에 관세를 매기면 그 핵심 아이디어까지 포착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물론 한국의 제조업체들이 미국에서 상당량의 자동차를 생산하긴 한다. 하지만 그들은 해외에서 많은 것들을 들여오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이 바로 이번 관세 조치에 걸려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인들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협상을 원하고 있다"며 "일본과 합의 내용이 알려졌을 때 한국에서 욕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는 걸 들으셨을 것이다. 왜냐면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항상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이 그런 합의를 했다는 걸 봤을 때 한국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나. 그들은 '이런, 맙소사' 하는 반응이었다"며 "오늘 그들이 제 사무실에 찾아와 직접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해 미국 정부가 관세 협상에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일본과 합의를 성과로 인식하면서 다른 나라도 이와 유사한 합의를 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24일 워싱턴 D.C 연방준비제도 청사 공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국가들도 투자를 통해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다른 나라도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추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제품에 대해 관세 15%를 부과할 것이며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등 농산물을 포함한 무역을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한화 약 758조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일본 측은 관세 15%가 부과된다는 점은 밝혔으나, 농산물에 대해서는 미국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또 5500억 달러 투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3일 미국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미일 관세 협정 이행에 불만을 가질 경우, 자동차를 포함한 관세를 25%로 되돌릴 것"이라며 분기별로 일본의 협정 준수 여부를 검토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협상에 참여했던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24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귀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분기별 검토에 대해 "미측과 논의한 기억이 없다"며 "미일 간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그 확보 방법에 대한 논의를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또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번 합의에 대해 "(2019년에 합의한) 미·일 무역협정처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에 서명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동의 선언 책정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2일 내각 회의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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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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