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개신교, 공교육 진입하려 민원 폭탄·시의원 종용"

시민단체 142곳, 서울시에 성교육 관련 정치·종교 개입 배제 촉구…"성교육 빙자한 선교행위 막아야"

리박스쿨 등 극우 개신교 단체들이 수년간 공교육 침투를 시도해왔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가운데, 성교육 영역에서 '성경적 성교육'을 강조하는 보수 개신교 세력의 공교육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성교육강사협회 등 2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성교육 정책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과학과 인권에 기반한 성교육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한 전국성교육강사협회 활동가는 "최근 리박스쿨 사태로 드러났듯, 극우세력의 교육계 침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며 "그중 극우 개신교는 이른바 '성경적 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교육 분야에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분별한 임신과 출산을 일으킨다',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한다', '공교육에서 시행되는 성교육은 궁극적으로 프리섹스와 가정 해체를 지향할 수 있다' 등 성경적 성교육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성에 대한 엄숙주의를 강화하거나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우리 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들을 지우는 게 전부"라며 "이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고 현재 사회와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극우 개신교 세력은 수년 전부터 성경적 성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학교를 비롯한 공공영역에 진입하기 위해 기존 성교육 활동에 조직적 민원을 넣고 시의원을 종용해 성문화센터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성교육을 빙자해 편향된 종교적 가치관을 전도하는 선교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허심탄회하게 성을 이야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보수 개신교 세력의 편향된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성교육 전문 활동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성교육강사협회 등 2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성교육 정책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과학과 인권에 기반한 성교육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박상혁)

지난달 12일 서울시가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제작하며 성과 관련한 생애 전반을 가르치는 '포괄적 성교육'을 비롯해 성소수자, 연애, 섹슈얼리티 등의 용어를 성교육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공지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해당 매뉴얼을 논의한 자문위원 가운데에는 성경에 기반한 성교육을 강조해 온 조우경 다음세대를위한학부모연합 대표가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 : [단독]'리박스쿨'과 함께 목소리 낸 尹 지지 단체, 서울시 성교육 매뉴얼 개입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서울시는 2022년 교육부 고시를 따른 결과라고 말한다. 당시 퇴행을 추동한 곳은 한국교회총연합과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 등 보수 개신교 집단이었다"며 "윤석열 정부 때 본격화된 정치와 보수 교회의 합작이 불법 계엄과 탄핵의 시기를 넘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의회와 정부, 국회는 보수와 극우로 향하는 선동을 명확히 확인하고 정책, 제도, 공공기관으로의 침투를 멈추게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옥희 한국다양성연구소 활동가도 "이는 단순히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에게 자기 자신에 대한 충분한 탐구, 자기 존중, 타인 존중을 가능하게 하는 교육의 핵심을 삭제하는 것"이라며 "지금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성교육을 퇴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착취와 젠더폭력이 만연한 현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육자의 입장에서도 포괄적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0대 청소년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다는 홍주 씨는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게 교육의 목표라면서 왜 성교육은 최소한의 국제적 합의에 따른 포괄적 성교육을 배제하나. UN 회원국 약 132개국이 포괄적 성교육을 채택하고 있다는데, 성에 대한 관점과 지식을 따라갈 수 없다면 누가 책임질 거냐"라며 "많은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이 포괄적 성교육이라고 생각하며 서울시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단체는 △서울시에 포괄적 성교육 삭제 및 성소수자 표현 배제 등 퇴행적 매뉴얼 즉각 철회 △성교육 현장에 리박스쿨 등 특정 가치관을 강요하는 편향된 콘텐츠 유입 차단 △성교육 정책과 운영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 영향력 배제 △서울시청소년성문화센터 위탁 과정에서 투명성·공정성 보장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시민단체 142곳과 시민 1189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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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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