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결국 자진사퇴 "대통령께 죄송…당에 부담지웠다"

'갑질 논란'에 부정적 여론, 당 주류도 돌아설 조짐에 "여기까지였다"

지난 10여 일간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 입장을 밝혔다.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보좌진 갑질'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정영애 전 문재인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의 '예산 갑질' 폭로가 추가로 터지면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당내 친명 주류에서마저 사퇴 요구가 터져나오자 더는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는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고 했다.

강 후보자는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함께 비를 맞아줬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게도 제가 큰 부담을 지워드렸다"고 했다.

그는 "이 순간까지도 진심 한 켠을 내어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의 마음, 귀하게 간직하겠다"며 "큰 채찍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했다.

강 후보자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강유정 대변인을 통해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음을 밝히며 오는 24일까지를 송부 기한으로 설정했다.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앞서 참여연대 등 대표적 시민단체와 27개 여성단체 연대체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도 강 후보자 자진사퇴 입장을 밝혔고, 정의당·진보당·녹색당도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명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범진보진영 전체가 돌아서며, 강 후보자의 존재가 정부 국정동력 소진 등 정권 차원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도 현 김병기 임시지도부는 임명 강행 기조를 고수했으나, 김상욱·김남희·김한규 의원 등 소장파를 중심으로 비판적 의견이 개진됐고 특히 이날 강 후보자 사퇴 입장표명 직전에는 8.2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이자 친명계 핵심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가 SNS를 통해 "강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분위기 급반전이 감지됐다. (☞관련 기사 : 박찬대 "강선우, 스스로 결단해야")

앞서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강 후보자 임명강행 신호와 관련해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지난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한 바 있는 만큼, 당내 친명계의 기류 변화가 강 후보자의 거취 결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자 사퇴를 요구해온 야당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 나올 자격조차 없었다"며 "늦었지만 자진사퇴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앞으로 이재명 정권에서 인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후보라고 생각했는데, 자진사퇴 결정을 본인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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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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