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 공급·러 2차 제재"…트럼프, 푸틴에 돌아섰나

유럽이 미국 무기 2차 제재, 러 원유 수입 중국 겨냥…"효과 없을 것"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무기 공급 계획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2차 제재 압박을 꺼내며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최근 러시아에 불만을 표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 지원으로 입장을 굳힌 것인지 주목이 모이는 가운데, 2차 제재 시한이 50일 주어진 것을 두고 시행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그(푸틴 대통령)와 나눈 대화는 매우 즐거웠지만 그 뒤 밤엔 미사일이 발사되더라"라며 "그저 반복될 뿐"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린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매우 간단하다. 50일 안에 휴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관세율은) 100%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백악관 당국자는 이 "2차 관세"가 러시아에 대한 100% 관세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는 나라들에 대한 2차 제재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맷 휘태커 나토 주재 미국 대사는 "(2차 관세는) 러시아 원유를 구매하는 인도나 중국과 같은 나라에 대한 관세"라며 "이는 러시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뒤 유럽은 러시아에 의존하던 연료 수입을 줄였지만 제재 탓 러시아 원유값 하락에 힘입어 인도와 중국은 오히려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늘렸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청정공기 연구센터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원유 제재를 시작한 2022년 12월5일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러시아 원유 수출분의 47%를 중국이 구매했고 38%를 인도가 구매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러시아 무역은 35억달러(약 4조8200억원)로 규모가 작아 대러 직접 관세는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2024년 미국의 총 무역 규모는 7조3000억달러(1경62조원)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나토와 관련 협정을 체결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계획도 밝혔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미국에서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유럽국들은 기보유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낸 뒤 미국에서 새로 구매해 채워 넣거나 미국에서 무기를 신규 구매해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보낼 예정이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 계획에 독일,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등이 이미 참여 의사를 드러냈다고 밝혔다.

무기 공급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 <악시오스>는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일단 나토 동맹국들에 100억달러(13조8000억원) 규모 무기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원 무기 종류도 방어용에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휘태커 대사는 CNN에 무기 배송의 즉각적 초점은 러시아 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 포대를 포함한 방어 시스템에 맞춰져 있지만 공격용 무기 또한 배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휘태커 대사는 "모든 무기는 공격용이면서 방어용"이라며 "방공 시스템은 분명 중요하지만 어떤 것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14일 백악관에서 미국과 맺은 이번 무기 공급 협정이 "우크라이나가 방공 시스템, 미사일, 탄약 등 대규모 군사 장비를 손에 넣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단거리 미사일, 곡사포탄,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나토 회원국에 판매하고 이후 이 무기들이 우크라이나로 이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지난 2주간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이 이 계획의 세부 내용을 조정해 왔다고 덧붙였다.

유럽에 무기를 판매해 이전하는 방식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면서도 '퍼주기'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에게 면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우리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그들(유럽국들)에게 보내고 그들은 이를 전쟁 현장에 즉시 배송할 것"이며 유럽국들이 무기 비용을 "100% 지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살인을 멈추고 정의로운 평화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우크라 정책 '유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180도 전환(U-turn)"을 의미한다고 봤다. 신문은 무기 공급과 제재 관련 구체성이 떨어졌음에도 트럼프 대통령 발표가 "분위기의 변화"와 "우크라이나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 여전히 지원 의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2차 관세 엄포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도 나온다. 14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발표 뒤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와 러시아 증시가 상승하기도 했다. 통신은 금융정보회사 인베스트에라의 아르티옴 니콜라예프 분석가가 "트럼프의 행동은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며 "트럼프는 러시아 지도부에 50일의 시간을 줬다. 게다가 그는 그러한 마감일을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엔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러시아 쪽에서도 50일 기간 동안 상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 부의장인 콘스탄틴 코샤체프는 "50일 동안 전장 상황도, 미국과 나토 사이 분위기도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미 중국과 협상을 통해 100%가 넘는 관세를 인하한 바 있기 때문에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2차 관세 위협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 국무부 출신 러시아 제재 전문가 에디 피시먼은 소셜미디어에 2차 관세는 "공허한 위협"이라며 "중국에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에너지 수출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러시아 편향적 태도로 돌아섰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주민들도 신중한 모습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키이우 주민인 데니스 포딜추크(39)는 "유럽 정치인들이 마침내 트럼프를 우리 쪽으로 약간 설득한 것이 기쁘다. 트럼프가 우리를 돕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나토를 통한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협정 체결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